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개미들의 두 얼굴…“진짜 주주행동 맞나요” [유혜림의 株마카세]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그거, 주주 행동주의 아니에요. 적대적 M&A 관점에서 얘기하길래 깜짝 놀랐다니깐요."

5개 종목 동시 하한가 사태를 일으킨 배후로 지목된 운영자 강모씨.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강모씨와 과거에 소통한 적 있는 한 투자자를 만났습니다. 강 씨가 이번 사태 이전에 한 종목에서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하더군요. '주주 행동주의'를 내세우길래 어떤 명분과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했다고 합니다.

이 투자자는 의결권을 위임했을까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영 개선을 하고 기업가치를 할지 명확하지 못해서 전화 끊었죠. 지분만 늘려서 경영진에 맞서는 건 적대적 M&A와 다를 게 없어요." 주주 행동주의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논리와 설득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 투자자는 강 씨로부터 뚜렷한 명분과 방향성을 듣지 못한 모양입니다.

강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1일 강씨는 '소액주주운동 성공의 필수요건은?'이라는 글을 통해 입장문을 냈어요.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최대한 싸게 많은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 소액주주운동 성공의 핵심요소라는 자명한 이치조차 외면한 채 저와 소액주주운동 적극 참여자들이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을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남겼습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합니다. 강씨가 주주행동주의를 지향하면서 리스크가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 "보통 정기 주총이 2번은 지나야 해서 최소 2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 줄 알고 신용을 쓰는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강 씨는 "성공이 임박한 시점엔 절대 먹튀할 가능성이 없는 가족들 자금력을 총동원해 마지막 화룡점정을 위한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야 했던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주주행동주의'는 무엇일까요.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다른 기업과의 인수 합병(M&A)이나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재무구조 개선, 사외이사 확충 요구와 같은 전략 등을 기업에 요구하죠. 능력 없는 지배주주·경영진이 경제적 자원을 움켜쥐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긴장감은 필요하죠.

물론 주주권 강화가 '절대적 선'을 뜻하지만은 않습니다. 경영권과 맞서는 이 모든 과정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낳을 때 의미가 있는 행위죠. 이 때문에 주주들도 대안을 갖고 회사가 소통하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주주들 간의 신뢰도 당연하고요. 이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들은 철저한 명분과 논리를 다져서 의결권을 위임받으러 다니죠.

일찍이 일본에선 행동주의가 활발한데요, 2014년 7개에 불과했던 일본 내 주주행동주의 펀드 수가 2020년엔 44개까지 늘어났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투자자들의 돈이 일본으로 몰린 이유 역시 행동주의 펀드가 바꾼 배당정책 변화 등이 투자매력도를 높였다는 분석도 있어요. 경기 회복 흐름과도 맞물리면서 시너지를 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현황 및 국내 시사점 보고서. [자본시장연구원]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조금씩 싹틔우는 국내 '행동주의'에 찬물을 끼얹은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들과 달리 국내 토종 펀드들은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행동주의자’라는 기대감도 큰 상황이었거든요. 국내 토종 펀드에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KCGI(강성부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이 있습니다.

강 씨의 주장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국내 토종 펀드 역시 묵직한 숙제도 하나 생겼네요. 역사가 짧은 만큼, 앞으로 시장과의 '신뢰 쌓기'가 핵심 과제로 보입니다. 또 이들의 경영 관여가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지 하나하나 함께 살펴봐야 겠습니다.

fores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