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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그만둬도 연 3억원은 벌어야 부자”…부자들도 진짜 ‘부자’ 꿈꾼다[더 리치 서울]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서울 부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수년간 거침없이 상승하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후 횡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자산가들의 최근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지난 15일 ‘질서의 재편, 새로운 길’이란 주제로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을 개최하며,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서울 자산가들의 생각, 더 리치서울’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해 첫 회차 보고서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이상·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300명 부자들의 생각이 담겼다. 헤럴드경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5명의 자산가들의 심층인터뷰도 함께 진행했다.

부자들의 생각은 투자의 정답이 아닐지라도, 돈이 모이는 곳에 대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부자의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다만 그 기준은 제각기 다르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자산 2000억원 이상’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과 같은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했다. ‘최소한의 학력과 지적 수준’이라는 답도 나왔다. ‘인품과 봉사 정신’을 꼽은 사례도 있었다. 각자가 내세우는 기준은 달랐지만, 이들의 답에는 공통 전제가 깔려 있었다. “나는 아직 부자가 아니다”는 것이다.

“100억대 자산가들은 흔하다”…자산 110억원 있어도 “난 부자 아냐”

헤럴드경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공동 발간한 ‘2023년 서울 부자 보고서(The Rich Seoul)’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부자’들은 대부분 스스로가 부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산 수준이 높을수록 자신이 부자라고 인식하는 응답자가 늘었지만, 그 수는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의 최소 자산 조건을 묻는 항목에서, 총자산 10억원~50억원 미만 부자들 중 약 81.2%는 최소 조건으로 50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자신이 아직 부자의 조건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총자산 50~70억 미만 부자들 또한 약 67%가 70억 이상을 최소 조건으로 꼽았다. 70~100억원 미만의 총자산을 보유한 부자들도 66.7%가 100억원 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총자산 100억원 이상 부자 중 최소 조건으로 100억원 미만을 제시한 비율도 단 20%에 불과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설문조사와 함께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서도 같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 중 스스로 부자라고 확언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총자산 90억원을 소유한 A씨는 “주변에서는 일을 하지 않아도 연 3억원 정도를 벌어야 부자라는 말를 한다”며 “현재 일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긴 하지만, 퇴직할 만큼의 여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10억원의 자산을 소유한 B씨 또한 비슷한 답을 내놨다. 그는 “스스로 그렇게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부자라고 하면 거주하는 집을 제외하고 현금으로 200~300억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총자산 27억원을 소유한 C씨는 “일반적으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부자라고 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100억대 자산가들도 흔한 상황에 2000억원은 가지고 있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골프 등 부자들 취미도 대중화돼”…부자 조건 1순위는 ‘사회적 위치’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자산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이들은 사회적 위치와 인맥, 취미생활까지 ‘진짜 부자’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산을 제외한 진정한 부자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서 1위로 꼽힌 항목은 ‘사회적 위치(31.7%)’였다. 그 안에서는 ‘직업 등 사회적 지위’를 꼽은 비율(19%)이 가장 높았으며 직장/사업체 인지도(10%)와 학력/지적 수준(2.7%) 등이 뒤따랐다.

B씨는 “사회적 위치가 높고 인격적으로 갖춰진 사람이 부자라고 본다”며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품위가 그 사람의 평판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총자산 55억원을 보유한 E씨는 “자산 외에 학력이나 지적 수준 정도는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학력에 대해 쉬쉬하는 경향이 있지만, 보이지 않고 조용한 게 원래 힘이 세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 위치 다음으로는 지역/인맥을 택한 비율이 27.3%로 높게 나타났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공통적으로 거주지에 따른 인적 네트워크나 비즈니스 인맥 등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다. 총자산 30억원을 보유한 D씨는 “태어나서 자란 곳이 배우자와 다른 지역인데, 이에 따른 인맥 네트워크 차이가 크다”며 “무작정 돈이 많다고 해서 채워지지 않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산가 E씨는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자산 수준이 높은 편인데, 여기서 얻는 인맥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위치나 지역/인맥을 제외하고는 ‘금융사 PB센터 이용’(16.3%)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그밖에는 ▷여가생활(11%) ▷소유품(9%) ▷봉사활동/기부(4.7%) 등이 뒤따랐다. D씨는 “PB센터 이용 여부가 부자를 가르는 데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PB센터의 경우 돈이 있다고 무조건 할 수 있거나 돈이 없다고 무조건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인맥을 통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 규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C씨는 “해외여행이나 골프, 음악회 등 부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것들도 대중화가 많이 됐고, 같은 문화를 누린다고 해 부자라고 보긴 어렵다”며 “봉사활동, 기부도 서양식 문화에 가깝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자산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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