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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트·이커머스 PB ‘갓성비 전쟁’...최저가보다 품질 승부
치열해진 경쟁에 상품 개발 올인
업체 발굴·제작까지 수개월 공들여
전년대비 판매 10%↑ 매출 성장세
고물가에 가전·이커머스 범위 확대
홈플러스 PB상품인 ‘홈플러스 시그니처 IH티타늄 단조 프라이팬’(위쪽)과 롯데마트가 판매하는 ‘오늘좋은’ PB제품들 [홈플러스·롯데마트 제공]

‘테팔을 제친 홈플러스 PB 프라이팬’, ‘한 봉지당 400원짜리 노브랜드 가성비 라면’....

유통업계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투가 있다. 바로 ‘PB(자사 브랜드) 전쟁’이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PB의 경쟁력이 곧 유통사의 경쟁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PB 전쟁은 ‘브랜드 제품은 이커머스가 더 싸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되면서 본격화했다. 이커머스로 향하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더 싸고 더 뛰어난 품질의 PB를 선보여야 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업체의 숙명이 됐다.

이젠 대형마트 뿐 아니라 이커머스까지 PB 전쟁에 뛰어들며 자사 브랜드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각 대형마트의 PB브랜드 제품수는 2000~3000종에 이른다. 이마트는 현재 노브랜드·피코크에서 각각 1300여 종과 800여 종의 PB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기준 바체 브랜드 ‘홈플러스 시그니처’, ‘심플러스’ 등에서 3000여 종의 PB 제품을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선보인 PB브랜드 ‘오늘 좋은’과 ‘요리하다’를 포함해 750여 종의 PB 제품을 출시했다.

치열해진 경쟁 탓에 대형마트들도 ‘갓성비’ PB 상품 기획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박이 나는 PB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 바이어는 전국을 돌며 상품 기획부터 제조사 발굴·제작까지 수개월의 시간을 쏟는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유통사, ‘갓성비’ 상품 기획 올인 “PB가 곧 경쟁력”=실제로 한국소비자원 평가 결과, 내구성과 가격에서 우수한 성적을 차지한 ‘홈플러스 시그니처 IH티타늄 단조 프라이팬’은 바이어가 수개월간 제조사를 찾아다니는 끝에 탄생한 제품이다.

담당 바이어는 인기 브랜드 프라이팬의 특장점만을 골라 PB제품을 직접 기획했다.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적당한 무게, 특수 단조공법을 활용해 견고한 프라이팬을 제조할 수 있는 협력사를 발굴해 중소기업 홈파워코리아와 계약했다.

롯데마트의 ‘오늘좋은 단백질바’는 3월 론칭된 이후 한 달 만에 카테고리 내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등 상품과 비교해 판매량은 약 3배 이상에 이른다. 오리온 ‘닥터유’, 농심켈로그 등 쟁쟁한 제조사에도 뒤처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성공 비결은 ‘품질’이었다.

▶잘 키운 PB, 매출 ‘효자’ 역할=오늘좋은 단백질바는 담당 MD가 개발을 위해 리서치를 하던 중 견과류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상품을 맛보게 됐다. 이에 제조사 에스앤푸드에 직접 연락해 함께 PB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

롯데마트만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MD와 제조사 에스앤푸드가 함께 초콜릿과 견과류의 비율, 단백질 함유량을 조절하며 수 차례의 샘플 개발을 진행했다.

공을 들인 만큼 PB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21년 노브랜드와 피코크 매출은 각각 1조2000억원(노브랜드)·4000억원(피코크)에서 지난해 1조2700억원, 4200억원으로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1~4월 PB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 늘었다. 롯데마트 역시 올해 1~5월 PB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PB 경쟁’, 이젠 가전·이커머스로 확대=식품 카테고리·대형마트에 한정됐던 PB브랜드 경쟁이 이젠 가전 부문, 이커머스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PB브랜드 ‘하이메이드(HIMADE)’의 주방가전과 대형 가전 모두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뛰었다. 비교적 고가인 대형 가전 품목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품목별로 보면 TV 110%, 에어컨·세탁기가 각각 약 30%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주방가전을 대표하는 전자레인지도 매출이 80% 증가했다.

쿠팡 역시 PB 브랜드에 주력하고 있다. 쿠팡은 자회사 CPLB를 통해 PB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곰곰’, ‘코멧’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식품과 생활용품 분야에서 PB 제품을 출시 중이다. CPLB은 지난해 1조3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하기도 했다. 쿠팡은 특히 CJ제일제당 등의 발주 중단 이후 즉석밥 제품 등을 PB 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매출 확대는 물론 이들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인 중소·중견기업과 상생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들이 자체 브랜드인 PB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중간 유통 마진을 줄여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는 데다가 자체 개발로 품질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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