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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젖소부터 식탁까지…우유 1ℓ, 3000원으로 오르는 이유 [푸드360]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최근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생산비 상승으로 낙농가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낙농가와 유업체들은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9일부터 시작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9일부터 낙농가와 유업체들은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을 정하기 위한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6월 협상에서 가격이 결정되면 8월부터 적용돼 순차적으로 마트·편의점에서 파는 우유 가격이 오릅니다. 올해 마트에서도 1ℓ 한 팩당 3000원 우유가 나올 전망인데요. 우유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고 왜 오르는 걸까요.

협상위원회, 원유가격 결정…올해에는 8월 적용 예정

한국에는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의 가격을 정하는 곳이 있습니다. 매년 5월 통계청이 우유 생산비를 발표하면 6월 원유 가격 협상이 시작됩니다. 올해는 8월부터 인상된 원윳값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협상위원회에는 ▷낙농진흥회 이사 중 1인 ▷생산자 단체 소속 3인 ▷유업체 단체 소속 3인 등 7인으로 구성됩니다. 지난해의 경우는 낙농제도 개편과 맞물려 해당 협상이 9월 16일에야 시작됐고 11월 4일에서야 ℓ당 가격을 49원 인상한 999원을 지급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원유가격→원유수취가격→유통업체 소비자가격 ‘연결’

이 ‘원유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들이 더해집니다. 젖소를 키우는 낙농업체의 살균, 멸균 등을 거친 후 우유로 만드는 제조업체·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오는 과정에서 말이죠. 예를 들어 지난해 결정된 올해 원유 가격은 999원인데요. 농가는 999원에서 품질·위생에 따라 인센티브를 더해 약 1150~1160원 가격에 제조사에게 원유를 팝니다. 이 가격을 ‘원유수취가격’이라고 하는데 이 금액은 달마다, 농가마다 다르답니다. 농가로부터 원유를 구한 유업체는 멸균, 살균 등을 통해 우유를 만들죠. 이 우유를 유업체는 유통업체에 공급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우유의 가격은 2800원 후반대로 형성됩니다.

최근 5년간 우유 생산비·원윳값·소비자가격 관련 그래픽. 소비자가격은 유통업체에서 정하는 가격으로 업체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헤럴드경제DB]

사실 지난 10년 동안 이 원유의 가격은 생산비를 고려해서 결정됐습니다. 2010년 초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젖소 수가 급감했는데 이때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였죠. 그런데 올해부터는 아닙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적용됩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마시는 우유인 음용유와 요거트·커피 등에 들어가는 가공유의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제도입니다. 그동안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가공유 가격 부담이 커지자 유제품을 만드는 곳에서는 이 부담이 크면 수입산 원유를 사용했는데요. 국내산 가공유를 업체가 다시 찾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결정이라고 합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가격 인상 범위가 현재 정해진 상태입니다. 올해 원유기본가격 조정 범위는 1ℓ 기준 음용유 69~104원, 가공유 87~130원입니다. 마시는 흰 우유 기준 원윳값이 최소 6.9%에서 최대 10.4% 오를 수 있는 것이죠.

우유 생산비 13.7%↑…원윳값 인상범위 6.9~10.4% 예정

최근 5년 동안 ℓ당 원윳값은 926원(2018년~2020년)→947원(2021년)→999원(2022년)으로 계속 인상된 뒤 올해 1000원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원윳값이 정해지면 유통업계에서도 가격이 인상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지난해는 원윳값이 ℓ당 49원(5.1%) 인상되자, 서울우유 1ℓ 가격이 6.6% 올랐습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연이어 9.6%, 8.6% 올렸습니다. 올해 원윳값이 6.9~10.4% 사이에서 오른다면 이 영향으로 오른다면 10%대 소비자가격 인상도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2022년 축산물생산비 조사의 '우유 생산비' 통계. 우유 생산비에는 ▷사료비 ▷수도광열비 ▷방역치료비 ▷자동차비 ▷토지임차료 ▷고용노동비 ▷분뇨처리비 ▷생산관리비 등이 포함돼 있다. [통계청 제공]

원윳값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선 생산비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우유 생산비에는 ▷사료비 ▷수도광열비 ▷방역치료비 ▷자동차비 ▷토지임차료 ▷고용노동비 ▷분뇨처리비 ▷생산관리비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생산비용은 ℓ당 959원으로 전년 대비 116원(13.7%) 올랐습니다. 낙농용 배합사료가 ㎏당 531원에서 641원으로 20.7% 올랐고 자가노동단가 또한 지난해 2만1609원으로 6.4% 높아졌습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같은 생산비 상승으로 최근 2년 동안 300여곳의 낙농가가 폐업한 상황입니다.

원유 가격 외에도 가스·전기·물류비용 등 ‘변수’

그러나 생산비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서 문제입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원윳값 외에도 제조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공장을 가공하는데 드는 전기·가스비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물류운반비용, 인건비 등도 함께 올랐죠.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산업용 전기료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kWh(킬로와트시)당 8원이 인상됩니다. 지난해 12.5% 인상에 이어 올해 1분기 24.95% 올랐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산업용 가스요금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에 의해 연동돼 결정되는데요. 2023년 6월 1일 기준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하절기 기준 MJ당 19.4351원으로 1년 전(18.8435원) 대비 약 3.1% 올랐습니다. 이 가격은 약 3년 전인 2020년 7월 1일 하절기 요금(10.8878원)의 약 2배가 됐습니다. 이런 탓에 유업체들은 원윳값이라는 대표적인 원재료 가격 인상이 결정되면 다른 생산비용의 가격 부담을 함께 올린다고 봐야겠습니다. 올해 원유 가격이 최소 6.9% 올라도 현재 우유 가격 기준으로는 약 200원 정도가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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