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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부자는 '돈쭐'에 돈 쓰고, 쓰는 만큼 저축…‘기부’가 부자의 조건[더 리치 서울]
한 남자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을 손에 쥐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 DB]

‘서울 부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수년간 거침없이 상승하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후 횡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자산가들의 최근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지난 15일 ‘질서의 재편, 새로운 길’이란 주제로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을 개최하며,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서울 자산가들의 생각, 더 리치서울’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해 첫 회차 보고서에는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이상·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300명 부자들의 생각이 담겼다. 헤럴드경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5명의 자산가들의 심층인터뷰도 함께 진행했다.

부자들의 생각은 투자의 정답이 아닐지라도, 돈이 모이는 곳에 대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부자의 조건에는 사회적 지위도, 직장의 인지도도, 학력 수준도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부자의 진짜 조건은 비즈니스 인맥과 봉사활동, 그리고 기부라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 돈이 많은 분들은 다 봉사활동을 하시더라고요”(90억원 자산가 40대 A씨)

서울에 사는 부자는 공익적 가치가 있는 곳에 더 과감히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의 규모가 더 클수록,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소비보다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대상을 사들이는 ‘가치소비’의 비중이 더 높았다.

또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한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은 소비하는 만큼 꼭 저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의 조건을 인지도나 학력이 아니라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 여부로 꼽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었다.

서울 부자, 소비하는만큼 저축한다…비(非)강남부자, 강남보다 근로소득 비중 높아

16일 헤럴드경제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공동으로 발간한 ‘더 리치 서울(The Rich Seoul) : 2023년 서울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면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 300명의 연 평균 소득은 3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소득의 출처는 사업소득이 59%로 가장 많았으며, 부동산소득 15%, 근로소득 14%, 금융소득 8% 순이었다.

강남 부자보다는 강남에 살지 않는 부자들 사이에서 근로소득의 비중이 더 높아 눈길을 끌었다. 비(非)강남 부자의 원천별 소득 구성은 근로소득 비중이 16.3%였지만, 강남 부자는 11.9%에 불과했다. 부동산소득의 비중도 강남 부자(12.8%)보다 비강남 부자(16.3%)가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 부자는 사업소득으로 벌어들이는 비중이 제일 높고, 비강남 부자는 사업소득 비중이 좀 적은 대신 근로소득과 부동산소득으로 부를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서울 부자들의 소비와 저축 비중이다. 조사 대상자들을 분석한 결과 연 소득의 80% 수준(2억6000만원)을 연간 지출하고 있었다. 이중 소비성 지출과 저축이 각각 38%와 30%로 유사한 비중을 차지했다. 소비하는 만큼 꼭 저축한다는 얘기다.

자산 규모 클수록 친환경·돈쭐 등 ‘가치소비’…플렉스는 비중 적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료

그렇다면 부자들은 어떤 소비를 할까? 소비 형태를 살펴보면 본인과 사회를 위한 소비가 주를 이뤘다. 소비 성향을 목적에 따라 6가지로 구분한 결과 자기보상형(23.7%)과 가치소비형(22.3%)이 가장 높았다.

자기보상형 가치란 상품·서비스 구매를 통해 심리적 보상이나 만족을 얻는 유형을 의미한다. 90억원 자산가 40대 A씨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난 다음부터는 자식을 위한 자기보상형 소비를 하고 있다”며 “이를테면 아들이 캐나다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갈 때 비즈니스 타고 가서 좋은 호텔에서 자자’는 식의 만족스런 소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높았던 가치소비형은 사회·공익적 가치가 있는 곳에 과감히 소비하는 걸 의미한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거나, 정의로운 행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는 등 ‘돈쭐(돈+혼쭐)’내는 행위가 가치소비에 속한다.

특히 가치소비형은 자산규모가 늘어날수록 그 비중이 늘었다. 10억~50억원 규모의 자산가들 사이에선 19.8%에 불과하던 가치소비형 비중이 70억~100억원 사이에서 25%, 100억원 이상 자산가 사이에선 31.1%에 달했다.

반면 나만의 가치관과 개성·여유 표현을 위해 자유롭게 소비(플렉스)하는 자기표현형 소비의 경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그쳤다. 자산규모 10억~50억원에서 8.9%, 50억~70억원 3.2%, 70억~100억원 6.7%, 100억원 이상 8.9%로 자산 규모에 따라서도 별 차이 없었다.

임재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자산이 많을수록 사회나 공적 가치가 있으면 과감히 소비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부자라면 기부해야” 사회공헌도 대물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서울 부자들의 경우 ‘기부’ 행위를 부자의 필수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자산가의 경우 부모 세대의 사회공헌 활동을 보고 영향 받아 이를 지속해 나갈 의향을 내비쳤다.

30억원의 자산규모를 가진 30대 B씨는 “부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기부라고 생각한다”며 “부모님이 지속적으로 기부를 많이 했고, 재산도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셨다. 결국 부모님 영향 같다”고 말했다.

자산규모 27억원의 30대 C씨 역시 “기왕이면 자산을 통해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자식한테 물려주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빌 게이츠처럼 재단을 만들면 좋겠지만 금융의 패러다임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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