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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형의 현장에서]‘성과 조급증’ 기재부, 호시우보(虎視牛步)를 바란다

‘한국 재정정책의 컨트롤타워’ 기획재정부와 관련한 최근 일련의 이벤트를 톺아본다.

6월 12일 오전. 이날 기획재정부는 관세청을 같이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관세청 자료의 기사화를 요청했다. 이날 관세청은 6월 1∼10일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수출액이 1∼10일 통계상 증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월(11.6%) 이후 4개월 만이다. 수출이 늘었다는 희소식이 나왔으니 실물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외청의 자료를 알리려 하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월간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무엇보다 기재부와 관세청은 출입기자단이 엄연히 구분돼 있다.

6월 10일 저녁. 이날 로또 생방송은 평소 보다 10배 많은 150명의 참관인이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작 의혹이 일자 주무 부처인 기재부 복권위원회가 기획한 자리다. 담당자로선 복권 판매금액의 41%를 복권기금으로 쌓아 사회 소외층에 지원하는 일을 하는데 ‘조작’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러나 이날 방송을 위해서 평소보다 큰 스튜디오로 장소를 옮겼고, 생방송 전 약 2시간 동안 교수, 공무원이 출연하는 유튜브 방송까지 진행했다. 평소와 달리 너무나 성대했다.

6월 7일 오후.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의 ‘제5차 경제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공업용수 공급 문제나 산업단지 입주 제한요건을 완화하는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 애로와 기업의 민원을 해소한다는 것이 이날 기재부 소관 안건의 뼈대다. 그러나 자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규제 개선 효과로 명시한 3000억원의 투자 프로젝트 지원 중 1000억원은 외국인 강사 자격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기대되는 효과라고 했다. 이날 대책을 마련한 관계부처 내에서도 “이건 아닌데...”라는 분위기였다. 매출의 대부분을 외국인 강사를 통해 거두고 있는 민간교육기업에 모 사모펀드가 투자했고, 그 기업의 가치가 1000억원이라고 했다. 정확히 정부가 투자 기대 효과로 제시한 1000억원과 일치한다. 참으로 공교롭다.

앞선 일련의 이벤트를 보면 정부, 특히 한국 경제정책을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기재부가 많이 조급해 보인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쓴다. 좋은 일이다.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책의 효과가 정책 시차가 짧게 직접적으로 나타나면 국민 개개인이 그 수혜를 볼 테니.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호랑이의 눈빛과 같은 ‘예리함’으로 정책의 효과가 국민에게 올곧게 전해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집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소의 ‘우직함’을 겸비하길 바라본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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