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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 기업경영 지원하는 집사역할 맡아야” [미리보는 금융·부동산 포럼 2023-최희남 SC제일은행 의장]
기업들 ESG성과 연계로 대출 등 제공
객관적인 인프라 확보 투자 대상 선별
탄소배출권 가치 시장거래 활성화 촉진
최희남 SC제일은행 의장 [SC제일은행 제공]

12조7000억원.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거둔 순이익이다. 올 1분기에도 국내 은행들은 7조원에 육박한 이익을 거뒀다. 대출이 확대된 가운데 금리가 오르자 이자이익이 커진 때문이다. 이에 국가가 라이선스를 부여해 영업행위를 하는 만큼, 금융 회사가 사회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그만큼 금융사의 새로운 역할이 화두다.

‘질서의 재편,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로 오는 1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헤럴드 금융·부동산 포럼’에서 최희남 SC제일은행 이사회 의장은 ‘금융, 스튜어트(집사)가 되라’라는 화두로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 보따리를 꺼낼 예정이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 속한 SC제일은행은 금융당국 뿐 아니라 은행연합회 등 관련 기관까지 주목하는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모범 사례로 꼽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자본시장 연구원과 함께한 ‘바람직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에서도 SC제일은행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최희남 의장은 “금융은 기업의 자원배분, 즉 자금조달에 대한 실질적 관리 및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기업 경영을 견인하고 지원하는 집사(Steward)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이 중요시되면서 금융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2019년 8월,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미국 BRT(Business Roundtable)에서 200대 기업 중 181명의 CEO가 모여 기업의 목적을 주주가치의 극대화에서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에 대한 공정하고 윤리적인 대우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등으로 확대했다”며 “기업의 목적이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이 기업들의 ESG 경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ESG 성과에 연계해 대출과 투자 등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 의장은 “ESG요소를 고려해 대출한도를 확대하거나 우대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 방식과 대출한도 축소 및 대출 자체 거절 등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식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세계 1,2위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대량살상무기 생산이나 생산현장에서의 인권침해나 환경훼손 발생 시 투자 제외 기업목록에 올린다. 우리나라에선 포스코와 KT&G 등이 올라있고, 한화는 최근 목록서 제외됐다.

최 의장은 “SC그룹 역시 2030년까지 매출 기준 탄소집중도를 석탄산업의 경우 85%, 철광 및 기타 광업의 경우 33%, 석유·가스업의 경우 30%, 발전산업의 경우 63%를 각각 감축하는 목표 아래 3000억 달러 규모의 녹색, 전환 금융을 기업에게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반면 석탄발전소의 설립이나 확장 또는 발전용 석탄의 매출 비중이 5% 이상인 기업에 대해선 대출 등 금융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으론 기업의 ESG 성과 측정 및 평가 단계에서 금융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객관적으로 ESG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인프라를 확보해 투자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SC 제일은행이 도입한 ‘지속가능투자 프레임워크’를 소개했다. 최 의장은 “글로벌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와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사를 통해 투자대상 배제 기업을 걸러낸 후, 다시 투자 대상 기업의 ESG 활동을 종합 평가해 ‘ESG 셀렉트 펀드’를 판매한다”고 했다. 투자 배제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UN글로벌협약에서 정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10대 원칙 준수 및 발전용 석탄 생산 등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이 탄소배출권과 같은 ESG 가치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의장은 “금융은 ESG 가치를 자본화하여 금융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ESG 경영 촉진을 유도할 수 있다”며 “탄소배출권의 거래를 통하여 탄소경영을 적극적으로 수행한 기업들은 잉여 배출권을 수익화하여 재무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한계감축비용이 높은 기업들은 부족 배출권을 매수하여 ESG 경영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탄소배출권 선물 거래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증권사를 통한 탄소배출권 위탁매매제도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상임이사를 모두 지낸 국내 최고 국제금융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오랫동안 국제금융분야 관료로 일하며, G20 정상회의 기획단장을 맡아 국내 유치를 이끌었다. 한국투자공사(KIC)사장 재직 당시에는 KIC를 세계 10위 국부펀드로 성장토록 한 성과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성연진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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