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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익 급감 저축銀, 저신용자 대출 죈다
연체 우려 중신용자 대출 집중
당국 금리인하 압박도 큰 부담
상위 10곳 중 4곳 적자로 전환

저축은행들의 이익이 급감하면서 저신용자의 대출 문이 닫히고 있다. 연체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줄이는 대신 중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모든 금융권에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등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저신용자들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올 1분기 자산 상위 10위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저축은행·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신한)의 순이익은 총 92억원으로 1년 전(2399억원)보다 2307억원(-96.2%)이나 급감했다. 이중 페퍼·애큐온·상상인·다올 등 저축은행 4곳은 적자로 전환했다.

저축은행은 수신(예·적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여신(대출) 등 영업활동을 벌인다. 이같은 영업실적 악화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와 경기 악화로 취약계층이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의 대손비용도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에 따라 저축은행이 손실 위험이 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인하 요구권 공시를 강화하는 등 서민 이자 부담을 내리라고 압박하는 것도 2금융권에서마저 저신용자가 설 곳을 좁히고 있다. 당국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실적을 공시해 자체적인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이 대출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한 건수는 1만594건으로 상반기(9049건) 대비 14.58% 증가했다. 가계대출만 살펴보면 상반기 8436건에서 하반기 9577건으로 11.91% 늘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저축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0% 였다. 은행은 신용도가 높고 우량한 고객이 오기에 신용점수 개선 등 금리 인하가 가능한 상황이 생기지만 저축은행은 저신용자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사례가 나오는 것은 저축은행들이 저신용자 대상 고금리 대출보다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늘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5대 저축은행 중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에게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뿐이었다. 같은 기간 중금리신용대출도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만 대출을 취급하고 있었다. 이들 차주에게 적용되는 평균금리는 가계대출금리의 경우 19.9~19.96%, 중금리대출은 16.3~17.39%다. 법정최고금리(20%) 수준이다.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은행별 금리대별 신용대출 취급비중을 살펴봐도 대부분 저축은행이 16~18% 이하(SBI 60.04%·OK 54.04%·한국투자 63.05%·웰컴 53.34%·페퍼 60.53%)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된 이후로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 업권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최근 저축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서 비용이 상승하자 고금리보다 중금리 대출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저신용자 취급을 더 줄이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공시 자체가 은행 간 비교를 통해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것인데, 최근에는 저축은행 상황이 어려워져 영업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금 여건에서는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가 오히려 저축은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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