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하이브만이 아니었네”…올해 주식 불공정거래 절반이 '미공개정보 이용'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 직원들이 내부자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매매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올해 들어 증시에서 적발된 불공정거래 사건 2건 중 1건은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미공개 정보 이용·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에 물리는 과징금을 높이고, 주식 내부자 거래에 대한 사전 공시 제도를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불공정거래 43.5% '미공개정보 이용'=1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한국거래소 제출 자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올해 4월까지 적발한 불공정거래 23건 중 10건(43.5%)을 '미공개정보 이용' 유형으로 심리해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건수는 1월(2건)·2월(1건)·3월(4건)·4월(3건) 순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3건, 58.9%)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긴 하나 이는 적발 건수일 뿐 실제 시장에서도 관련 혐의가 줄었다고 보긴 어렵다.

미공개정보 이용 방식도 다변화됐다. 통상 대규모 공급계약 체결 보도가 나오기 전 자사 주식을 미리 샀다가 보도 이후 매도해 부당 이익을 얻는 식이었다. 주로 실적 정보를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면 3년 전부터는 백신, 2차전지, 가상화폐 등 사업 진출 관련 호재성 정보를 이용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51건(46%)이었던 미공개정보이용 건수는 2021년 77건(71%), 2022년 56건(53%)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절반 가량(평균 57%)을 차지한다.

올해 들어선 악재성 정보를 이용해 임직원들이 손실을 피하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국내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한 ‘SG증권발(發) 하한가 사태’ 역시 주가폭락 주요 종목 대주주들이 회사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손실을 피했다. 김익래 전(前)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4월 20일 다우데이타 140만주(605억원)를 매도했고,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은 4월 17일 서울가스 10만주(456억)에 팔아 치웠다.

하이브 직원 3명은 지난해 6월 BTS가 유튜브를 통해 단체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기 직전 갖고 있던 하이브 주식을 처분해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직원들이 주식을 미리 팔면서 회피한 손실은 총 2억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BTS가 단체활동 중단을 발표한 이튿날 하이브 주가는 전날보다 24.9% 떨어진 14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내부정보로 투자, 중대 범법 행위"=자본시장법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올해 불공정거래 논란이 잇따르자 증권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처벌 강도도 약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처벌된 대표적인 사례가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 사건이다.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은 이 회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과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여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2020년 1월∼2021년 9월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공급계약 관련 정보가 공시되기 전 차명 계좌로 미리 주식을 사들인 후 되팔아 11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 기소됐다.

금융당국도 제도 손질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시 과징금을 이익의 2배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또 회사 내부자의 주식 매도 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임원 및 주요주주에 대해 주식 매매 예정일로부터 15일 전까지 매매 계획을 사전 공시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거래소가 운영하고 있는 '내부자거래 알림서비스(K-ITAS)'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직원이 자사주를 매매할 때, 사내 내부통제관계자가 취득 사유 등 모니터링할 수 있게 알려주는 서비스다.

K-ITAS 가입사 공개 명단(272곳)에도 하이브는 속하지 않았는데, 해당 직원의 자발적 신고가 아니면 내부통제 관계자는 알 수 없었던 구조였던 셈이다. 이에 미정보공개 접근성이 높은 임원에 한해서라도 의무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계좌 번호 등 개인정보 이용 동의 문제가 얽혀 있어 자발적 참여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를 이용 중인 상장사들의 만족도도 높다. 임원이나 주요 업무를 다루는 직원이라면 다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fores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