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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B·텐포켓 베이비 폭증 씀씀이 커진 ‘금쪽이 옷값’
아동복 시장 규모 2조원 성장
백화점 ‘키즈 명품’ 매장 늘리기

“우리 예솔이의 ‘퍼스트 구찌’예요. 할머니 선물 마음에 들어요? 갓난쟁이가 뭘 안다고 한 달도 못 입는 걸 명품으로, 그죠?”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임지연 분)의 시어머니는 막 태어난 손녀에게 명품 브랜드 구찌의 배냇저고리를 입히며 이렇게 말한다.

드라마 대사처럼 갓난아이에게도 명품을 입히는 시대다. 형제·자매·이웃의 옷을 물려 입던 풍경은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저출산 시대에도 유아동복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황을 맞이한 이유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되레 ‘VIB(Very Important Baby)’와 ‘텐 포켓 베이비(자녀를 위해 부모·조부모·친척·친구 10명이 지갑을 연다는 뜻)’ 현상은 심화됐다. 아이가 귀해졌지만, 역설적으로 아이 한 명에게 쓰는 옷값의 씀씀이는 더 커졌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0~12세 연령의 유아동 인구는 2020년 536만1526명에서 2021년 515만9364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500만명에 못 미치는 497만3286명으로 쪼그라들었다. 2년 만에 7.2%나 감소했다.

반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2조원까지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다르면 2020년 유아동복 시장(신발 제외)은 1조8410억원에서 2021년 1조9952억원으로, 지난해엔는 2조1227억원까지 커졌다. 같은 기간 15.3%나 증가했다.

계산해보면 지난해 아이 한 명당 1년에 옷값으로 평균 약 42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2020년 34만원과 비교해 8만원이 더 들어간 셈이다.

텐포켓 베이비 현상과 맞물려 지난해 아동복 시장도 럭셔리·고기능성 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디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는 이 같은 현상을 겨냥해 키즈·베이비 라인을 속속 출시했다. 디올은 600만원이 넘는 유모차, 에르메스는 100만원대의 베이비 선물세트 등을 선보였지만 해당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루이비통은 올해 1월 영유아를 위한 ‘베이비 컬렉션’을 처음 출시하기도 했다.

등산복, 테니스복, 레깅스 등 성인들 위주의 고기능성 제품을 선보이는 아웃도어 브랜드도 키즈 라인을 확대하고 나섰다. 태권도뿐 아니라 발레, 테니스, 요가 등 아이의 취미가 다양해지면서다.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와 젝시믹스는 최근 키즈 라인을 론칭, 강화했다.

올해 소비침체에도 유아동복 시장은 견고하다. 주요 백화점의 매출 신장률이 꺾였지만, 유아동복 매장의 매출은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5월 키즈 관련 상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성장했다. 이 가운데 명품 매출은 20%나 신장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수입 아동복 매장의 매출은 같은 기간 전년 대비 23.1% 뛰었다. 현대백화점의 아동 명품 매출 신장률도 28.2%에 이른다.

불황을 모르는 유아동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백화점도 럭셔리 브랜드의 키즈 라인을 유치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유아동복 시장도 성인복 못지않게 프리미엄·고기능성 제품 위주로 세분화 하고 있다”며 “한 명의 자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현상과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고 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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