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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꽉 잡아, 젖먹던 힘까지”…에코프로 3형제, 外人 물량 개미가 다 받았다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이게 진정한 전쟁인거 같네. 막바지 죽기살기로 개미털기인듯. 꽉 잡아. 젖먹던 힘까지. 죽어도 안놓을거라는 마음으로.’

‘코스닥 불장에 코스닥 1등은 뭐하세요? 넌 뭐 북조선 소속이냐?’

‘어차피 공매들 죽게 돼 있으니깐 우린 계좌 불어나가는거 지켜만 보고 내려가면 더 추매하면 됨.’

‘삼성전자 본전탈출했다. 큰돈 가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 LG엔솔 중 고민 중.’

30일 한 온라인 주식 토론방의 에코프로비엠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 게시판에는 에코프로비엠 주주들로 보이는 참여자이 최근 에코프로비엠 주가 양상을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사이의 ‘전쟁’으로 보고 서로 끝까지 흔들리지 말자는 식의 격려 글들이 다수 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한달 간 (4월 26일~5월 26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을 외국인은 2004억원 순매도했다. 반대로 이 기간 중 개인은 1488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총 2위 종목인 에코프로 역시 한달간 외국인은 4991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은 이보다 많은 5342억원 순매수로 응수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도 외국인은 166억원 순매도, 개인은 159억원 순매수했다.

이로써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코프로에이치엔)’의 이 기간 중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7162억원이고,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6990억원이다. 사실상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다 받은 것이다. 최근 ‘에코프로 3형제’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추격 매수 기회로 삼는 개인들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한달 새 24만2000원대에서 23만7000원대로 2% 가량 떨어졌다.

에코프로비엠 주가추이 [네이버증권]

이런 가운데 지난 3∼4월 국내 주식시장을 달아오르게 한 2차전지주가 이달 들어선 힘을 쓰지 못하고 반도체에 주도주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가 집계하는 'KRX 반도체 TOP 15' 지수는 이달 들어 6.95% 상승했다. 'KRX 반도체 TOP 15'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DB하이텍, 한미반도체, HPSP, 리노공업, LX세미콘, 원익IPS, 티씨케이, 덕산네오룩스, 이오테크닉스, 심텍, 고영, 해성디에스 등 반도체 제조·소재·장비업체 15개를 모아놓은 지수다.

반면 2차전지 10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K-뉴딜' 지수는 2.09% 하락했다. 이 지수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 엘앤에프,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C등 국내 2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성하는 대표 기업들로 구성됐다.

두 지수는 지난달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KRX 2차전지 K-뉴딜' 지수는 4월 한 달간 6.40%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KRX 반도체 TOP 15'는 3.5% 하락했다. 이처럼 두 테마 지수의 등락률이 뒤바뀌면서 증시 주도주가 교체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차전지는 지난 3∼4월에 상승 폭이 두드러졌던 만큼 최근 가격 조정을 받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해 밸류에이션(기업 평가가치) 부담이 컸던 데다가 에코프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불발, 이동채 회장의 법정 구속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2차전지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반도체는 현재 장밋빛 전망에 휩싸여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를 근거로 실적 가이던스를 크게 상향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확대됐다"며 "특히 AI 모델 개발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와 클라우드 수요가 개선되는 점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감산에 이어 수요 확대 가능성은 하반기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반도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유가증권시장 상위권에 있는 반도체 대표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자 에코프로 그룹주를 필두로 2차전지 소재 종목들이 주도했던 코스닥의 상대적 우위 현상도 사그라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시총보다 크기 때문에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코스닥시장을 앞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 2월 3일부터 4월 3일까지 41거래일 연속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을 추월했다. 이후에도 코스닥 거래대금 추월 현상은 종종 나타나고 있으나, 역전 기간은 13거래일(4월5일∼4월21일)·10거래일(5월11일∼5월24일) 등으로 점차 짧아지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초까지도 이어졌던 2차전지 주도 장세가 야기한 코스닥 쏠림 현상도 완화되고 있다"며 "쏠림의 완화는 코스닥 급락이 아닌 코스피의 상승 폭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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