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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먹는 낙(樂)을 돌려줘

최근 텔레비전을 틀면 이른바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시대’에 대한 뉴스가 끊임없이 나오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3고의 끝은 경기침체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여름, 무더위와 함께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날씨예보만큼 우울한 이야기다. 3고로 닥친 불행은 외식업계도 피해 갈 수 없어 보인다.

여러 외식 브랜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올 들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배달료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다른 뉴스를 보니 2인 식비가 한 달에 100만~12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식자재 중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배가 된 품목도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유류는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16.4%가 내려갔지만 근원물가는 4.6%, 생활물가지수는 3.7% 올라갔다. 그중 외식물가는 7.6% 오르며, 계속된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경제 상황은 외식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외식업체는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배달료의 가파른 상승도 외식비용의 상승을 부추겨 소비자의 주머니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배달라이더도 유류비·보험료·인건비 상승, 배달 건수 감소 등으로 인한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그래도 소비자 관점에서 음식값 1만원에 배달료 6000원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1만원 이하로 배달을 주문할 수 있는 음식도 이젠 많지 않다.

그래서 “이젠 먹는 게 더는 낙(樂)이 아니다”는 말이 요즘 나온다. 얼마나 우울한가. 우리 민족은 음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이 이를 보여준다. 그 외 ‘떡 본 김에 굿한다’, ‘딸의 집에서 가져온 고추장’, ‘목구멍이 포도청’, ‘밥 위에 떡’ 등 음식과 관련된 속담도 많다. 실제 “먹는 것이 최고의 낙”이라며 미식가를 자처하는 이도 적지 않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도 먹방이 대세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우리 속담의 뜻과 비슷한 해외 명사의 명언을 찾아볼 수 있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다’(마크 트웨인),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된 사랑은 없다’(조지 버나드 쇼) 등이 그 예다. 이같이 먹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음식을 맛있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는 것이 그만큼 우리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런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먹는 일에 지갑을 열기가 두려워지고 있다는 작금의 현실이 참 가슴 아프다. 비싸진 외식비용에 외식 빈도를 줄여도 보고, 높아진 배달비에 배달 애플리케이션도 삭제해 보고, ‘반값 통닭’에 희망도 걸어보고, 간편식으로 대체도 해보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왠지 모를 답답함이 가득하다. 언제쯤 먹는 낙을 다시금 제대로 즐기면서 지낼 수 있을까. 여름이 코앞이다. 올여름에는 시원한 음료를 들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피서’를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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