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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자장사 비난받는 은행, 가산금리 0.26%P ‘찔끔’ 인하
다시 고개드는 대출원가 공개
대출금리 1.24% 하락 내용 중
시장금리 하락이 0.98%p 기여
‘깜깜이’ 가산금리로 이익 극대화

‘이자장사’ 논란 이후 은행권이 앞다퉈 대출 금리를 내렸지만, 지난 5개월간 은행들이 자진해 내린 금리폭은 채 0.3%포인트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이 체감한 대출금리 인하폭의 상당 부분이 은행의 의지가 아닌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것이었다는 얘기다. 이에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공개해 이자 수준의 적정성을 공개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출금리 1.24%포인트 내렸지만...가산금리 하락은 0.26%포인트에 그쳐=2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4월 취급한 신용대출의 총 평균금리는 5.49%로 대출금리 수준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말 11월(6.72%)과 비교해 1.24%포인트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이중 준거금리 감소폭이 0.98%포인트로 대부분이며, 가산금리 인하분은 단 0.26%포인트 하락에 그쳤다는 것이다.

준거금리는 금융사가 대출을 실행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으로, 은행채 등 시장금리에 따라 연동된다. 쉽게 말해 원재료값에 가깝다. 가산금리는 이 외에 인건비 등 기타 비용과 위험비용, 이익 창출을 위한 목표이익률 등이 포함된 수치다. 즉, 은행들이 이익을 줄여가며 단행한 대출금리 인하 수준이 전체 금리 인하폭의 단 20%(0.26%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해 약 1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거두자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커졌었다. 이에 은행들은 각각 여러 차례에 걸쳐 가계대출 금리 인하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최대 0.5%포인트의 신용대출 금리 인하를 포함한 금융 지원 방안을 내놨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올해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각각 0.4%포인트, 0.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지난 5개월간 국민·신한·하나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 인하폭은 각각 0.11%포인트, 0.22%포인트, 0.09%포인트 수준에 불과했다.

대출금리 인하의 대부분은 준거금리 하락에 따른 것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대다수 신용대출의 준거금리로 적용되는 은행채(AAA, 6개월) 금리는 현재(23일 기준) 3.79%로 지난해 11월 중 최고점(4.68%)과 비교해 약 0.79%포인트가량 떨어진 상태다.

이에 은행권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조정해 실질 금리인하 폭을 줄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이자장사’ 비판에도 올해 가산금리 항목에 포함된 목표이익률(기대이익 확보를 위해 설정한 수익률)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신용대출 목표이익률을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농협은행은 주담대 및 신용대출 목표이익률을 각각 0.24%포인트씩 올렸다.

은행들은 목표이익률 상향에도, 우대금리 확대 등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의 가산금리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저조한 가산금리 인상폭에 대해 위험비용 증가 등 불가피한 요인에 따라 나타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가 바뀌는 등 일정 주기마다 신용 위험 등을 고려해 가산금리 산정 수준이 변동될 수 있다”며 “금리 인하 방안을 역행해, 일부러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깜깜이‘ 가산금리 산정 체계에...“적절한 산정 이루어지는지 점검해야”=은행들의 가산금리 책정과 관련한 논란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이 이뤄지며,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틈타 필요 이상으로 예대마진을 부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은행들이 가산금리 책정 기준을 ’깜깜이‘에 부친 것을 두고, 이를 공개해 적정성 여부를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가산금리 안에는 리스크 관리 비용, 법적비용 등 세부적 항목들이 있고 이를 신용등급,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책정한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소비자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며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는 것처럼, 금리 산정 체계를 공개해 적절한 수준의, 혹은 적절한 방식의 금리 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은행권의 금리산정체계 정비 방향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올해부터 시행되는 ‘개정 대출금리 모범규준’에 따라 반기별 은행 자체 금리산정 점검 시 대출금리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주요 항목으로 관리토록 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도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공개하는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이를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것과 같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책정 기준을 공개하는 건 결국 은행들이 가진 차별적 경쟁 요소를 없앤다는 것과 같다”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점검이 필요하겠지만, 이를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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