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이 25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중국에 대한 수출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 부진이 경기 회복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성장률이 1%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4%로 지난해(2.6%)보다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 전망치인 1.6%보다 더 떨어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을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의 성장률은 지난해 4.3%에서 올해 2.3%로 낮아지고, 재화수출은 3.4%에서 0.4%로 하락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0.5%에서 -3.2%로 감소폭 확대가 예상됐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은 소비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중·IT 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소폭의 플러스(0.3%) 성장에 그쳤으며, 2분기에도 회복 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이후 소비가 서비스수요 지속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출이 중국 리오프닝 영향, IT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점차 나아지겠으나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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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봤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3.0%)을 상회하는 3.3%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중반까지는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뚜렷한 둔화흐름이 이어지겠으나 그 이후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란 평가다. 근원물가의 경우 점차 둔화하겠으나 양호한 서비스 수요와 고용 흐름, 비용 상승 압력에 따른 이차 파급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 전망치인 260억달러보다 20억달러 줄어든 240억달러로 전망했다.

한은은 "IT·대중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비IT 수출과 미국·유럽 등 여타 지역 수출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가운데 본원소득수지가 해외 자회사의 배당수입 확대로 크게 늘면서 상품·서비스수지 부진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며 "당분간 균형 내외 수준에 머물다가 하반기 이후 상품 수출 개선 등에 힘입어 흑자 기조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 규모는 2월 전망(13만명)을 상당폭 상회하는 25만명으로 예상했다.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제조업 등에서 취업자수 증가세가 둔화되겠으나 대면활동 정상화로 서비스업 노동 수요가 지속되고 여성·고령층의 노동 공급도 늘어나면서 둔화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올해 실업률도 지난 전망(3.4%)보다 낮은 3.0%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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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향후 중국 경제 회복 양상이나 선진국 금융 불안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중국 경제의 리오프닝 모멘텀이 강화되는 경우 대중·IT 수출과 중국인 방한객이 기본 시나리오보다 증가하고 에너지·원자재 가격도 상승하면서 올해 국내 성장률이 1.6%, 물가상승률이 3.8%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대로 중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선진국 금융 불안이 확대되는 경우엔 대중·IT 수출 및 관광객 감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올해 1.1%, 물가상승률이 3.3%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연초 선진국의 양호한 실적, 중국의 리오프닝 등을 반영해 2월 전망치(2.4%)를 소폭 웃도는 2.5%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