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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빼면 최저 성장…‘상저하저’ 경기 우려에 금리 동결 택한 한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월, 4월에 이어 이달까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둔화한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더 나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준금리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선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4%로 0.2%포인트 하향했다.

이는 위기 때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성장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고, 올해 안에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돌릴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이 3.5%로 여전히 물가안정목표인 2%보다 높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점 등을 감안하면 섣불리 금리 인하로 돌아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 사이에서 한은의 복잡한 균형 잡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항 일대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부문의 경기 부진 장기화 여파로 한국의 수출이 4월까지 7개월 연속 역성장했고 무역적자는 14개월째 계속됐다. [연합]

올해 경제성장률 1.4% 전망…위기 때 빼면 최저

1.4%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외환위기인 1998년(-5.1%) 등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기 둔화로 읽힌다.

한국 경제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앞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5%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에서 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에서 1.6%,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3%에서 1.5%, 무디스는 1.6%에서 1.5%로 하향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로 집계됐다.

수출 부진 지속…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지연

성장을 끌어내린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경기 악화와 이로 인한 수출 부진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이 7개월 이상 연속 감소한 것은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5월 1∼20일 수출액(잠정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한 324억43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35.5% 줄었다. 반도체는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 중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째 감소세를 보였으며 이달 들어서도 23.4% 감소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며 “중국 수출이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주요 수출 품목인 중간재를 중국 기업이 직접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수입보다 뒤처지면서 무역적자는 14개월째 이어졌다. 14개월 이상 무역적자가 계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95억4800만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달러)의 62%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이 총재는 “올해 무역수지는 300억달러 적자가 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효과가 사라졌기 떄문에 낮춰 잡았다”고 밝혔다.

삼서울 중구 명동거리 [연합]

소비만으론 역부족…물가 상승 요인 여전

수출이 꺾이고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지출도 위축된 상태에서 우리 경제는 민간소비에 기대고 있지만 소비만으로 성장을 밀어올리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엔데믹 선언으로 소비자 기대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민간소비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0.5%) 마이너스에서 2분기(2.9%)와 3분기(1.7%) 플러스로 전환했다 4분기(-0.6%)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0.5%로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강한 수준은 아니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0으로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전기요금, 가스요금, 대중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물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경우 가계의 소비 여력이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소비가 언제쯤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살아날지는 불투명한 상황인 셈이다.

하반기도 불안…‘상저하저’ 경기 우려

한은은 올해 경기에 대해 상반기 부진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해 왔지만 시장에서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상저하중’ 또는 ‘상저하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경기는 언제 반등할지 알 수 없고, 수출도 나아지기 힘들다”며 “하반기 상황도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제는 추가적 경기 부진이 예측되는 상황”이라며 “수출 회복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미국의 통화정책이나 국제유가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 정도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성 교수는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한미 금리 격차도 상당한 부담”이라며 “한은이 연내 금리 인하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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