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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상의 현장에서] 공사비 3.3㎡당 1000만원 시대

“땅값을 0원으로 잡아도 아파트를 지으면 수익성이 안 나오는 지역도 있어요. 공사비 원가만 따져도 옆 구축 아파트보다 비싸게 팔아야 할 정도입니다. 이 상황이 오래가서는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없어요.”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최근 많이 오른 공사비 때문에 지방에서는 정비사업을 시도조차 하기 힘들다고 했다. 지방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적자를 감당해 가며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시공사와 ‘올려도 너무 올려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재건축 조합원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한 현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부 소규모 단지에서는 시공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기도 한다. 서울 문래동 남성맨션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다섯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참가한 시공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작은 단지의 경우 수주해봤자 급등한 자잿값 등으로 별로 남는 게 없어 입찰을 꺼리게 된다는 게 건설사들 설명이다.

공사계약을 파기하는 곳도 나타났다. 경기도 양주 삼숭지역주택주합은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현대건설과 체결한 MOU 및 공동사업협약 해지안건을 의결했다. 시공사가 애초 공사비 대비 25%가량 높은 3.3㎡당 약 643만원의 공사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는 지난달 대형 건설사 임원들과 주택협회 관계자 등을 시로 불러 현 상황의 문제점을 들어보기도 했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현장에서도 특별한 대안이 나오지는 못했다. 자리에 참석한 한 건설사 임원은 “정비사업이 민간 계약으로 이뤄지는 사업이지만 주택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공익적인 부분이 큰 만큼 정부나 지자체에서 조정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입장만 전달했다고 한다.

공사비를 이대로 뒀다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270만가구 주택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나 전문가들은 지자체, 국토교통부 가리지 않고 공사비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대응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 서울시는 그동안 한국부동산원이 대행하던 공사비 검증업무를 SH공사가 함께하도록 검증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혹자에 따르면 정비사업은 ‘욕망의 게임’이라고 한다. 자신의 전 재산일 수 있는 집을 놓고 벌이는 사업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 한 건 단지의 상징성과 수익성(높은 분양가를 위해)을 높이기 위해 재건축현장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초고층 단지는 공사 원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사업이란 점이다. 한쪽에서는 오른 공사비 때문에 공사 진행 자체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다른 한쪽에서는 공사 원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초고층 아파트를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누구나 원하는 초고층 랜드마크를 원하지만 공사비가 치솟아 사업 진척이 더뎌지는 현실. ‘공사비 3.3㎡당 1000만원 시대’의 딜레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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