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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우량은행의 부실은행 인수는 성공할까

미국 JP모건체이스는 5월 1일 자력 회생에 실패한 미국 내 자산 규모 14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했다. 지난 3월 19일 뉴욕 커뮤니티은행에 의한 시그니처은행 인수, 그리고 3월 26일 퍼스트시티즌스에 의한 SVB 인수 뒤 미국에서 또다시 유사한 방식으로 부실 은행이 처리됐다. 이는 미국 정부와 예금보험기관인 FDIC가 은행 시스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우량 은행들에 곤경에 빠진 은행의 인수 의사를 타진해서 얻어낸 결과다.

금융기관이 부실화됐을 때 금융정책당국은 여러 대안 가운데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고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 청산이 원칙이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봤을 때 은행 파산이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커서 그러한 선택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청산 결정은 그러한 점에서 아쉬움이 큰 결정이었다.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인 붕괴가 우려되는 위기 상황이라면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부실 금융기관들을 국유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나 리먼 파산 이후 미국의 상황이 그러했다. 이때 과감한 자금 투입을 통해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것,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국유화된 금융기관을 민영화해서 공적 자금을 잘 회수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 한국과 미국 두 케이스 모두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국유화가 금융 시스템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빠른 시간에 공적 자금을 회수한 반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투입했던 공적 자금 회수에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청산시키자니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든지, 고액 예금자가 많아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되지만 전반적인 시스템위기 상황은 아니라면 정책당국 입장에서 건실한 금융기관이 부실 금융기관을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매력적일 수 있다. 예금보험기금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고액 예금자의 후생 손실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새롭게 단장한 후 팔 수도 있고, 아니면 인수 금융기관이 부실을 메워주는 대가로 정책적 인센티브를 취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그 정책은 성공한 경우도 있고 실패한 경우도 있다. 2008년 PF 투자로 인해 곤경에 처한 저축은행을 우량 저축은행들에 사업권역 외에 지점 설치라는 당근을 제시해 인수하도록 유도한 사례는 성공한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이를 통해 대형 저축은행이 탄생했으나 결과적으로 3~4년 후 그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해져서 문을 닫는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2014년에는 정부가 부실화된 금호종금에 공적 자금을 투입한 후 우리금융이 인수하도록 유도했는데 이후 새롭게 탄생한 우리종금은 건실한 금융기관으로 거듭났다.

부실 금융기관을 다른 금융기관에 인수시키는 정책의 성공 여부는 여하히 부실의 원인을 찾아내서 적절하게 제거하는가에 있다. 위의 저축은행 사례는 썩은 부위가 잘 정리되지 않고 오히려 인수한 저축은행으로 부실이 번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우리종금 성공 사례는 우리금융의 보다 엄격한 리스크 관리 체제를 도입해 환골탈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의 최근 사례는 아마도 후자의 경우와 같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인수 기업에도 이익이 되고 정책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SVB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이 부실화됐던 중요한 이유가 위험관리 내지 내부 통제의 실패로 진단되는 상황에서 인수 은행들이 엄격한 위험관리와 내부 통제 체제를 새롭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 구조조정에서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량 은행이 부실 은행을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적절하게 사용될 때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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