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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제인의 현장에서] 금융위 ‘전례없이 빠른 대응’이 씁쓸한 이유

“제보를 받고 2주도 안 돼 관련자들을 출국 금지시켰고, 영장을 청구해 바로 압수수색했다. 이런 사례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두고 금융위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자 기관장으로서 항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시장 감시 체계를 믿어온 투자자로서는 초점을 흐린 발언이었다.

증권시장에서 금융당국에 기대한 것은 ‘전례 있는’ 시장 감시였다. 전례 없는 주가폭락 사태에 전례 없이 빠르게 대응하기보다는 꾸준하고 지속적인 시장 감시로 주가 조작세력을 빠르게 적출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대성홀딩스가 8240원에서 13만100원으로, 15배 넘게 오르는 동안 금융위는 주가 조작에 대한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사건을 언론에서 간접 제보받았다”니 더욱 금융위의 ‘전례 없이 빠른’ 사후 대책이 더욱 공허하게 느껴진다.

금융위와 함께 시장 감시를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 역시 책임론을 피해 갈 수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4월까지 거래소는 단 1건도 시세조종을 적발하지 못했다. 거래소는 부정거래로 집계된 실적 중 3건이 시세조종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8건)과 비교해도 부족한 수치다.

장기간에 걸친 주가 상승 수법도 금융당국과 거래소에 면죄부를 주긴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2019년 발간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30년사’에도 나와 있듯 2007년 발생한 루보 주가 조작 사건에서도 장기간 하루에 2~3%씩 꾸준히 상승시키는 방법이 동원됐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는 종목에 시장 경고가 집중된다는 허점을 노렸다. 해당 보고서에서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 30년 역사상 최악의 시세조종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무능에 최악의 시세조종을 또 한 번 반복된 셈이다.

잇달아 나온 후속 대책은 시장 감시를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의심까지 나온다. 금융당국은 거래소를 통해 최근 10년간 거래를 전수조사해 주가폭락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각기 다른 인터넷 프로토콜(IP)을 활용한 주가 조작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거래소는 재빠르게 지역적 유사성 외에 서로 다른 계좌 간 유사한 매매 패턴을 나타내는 경우에도 동일한 혐의집단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이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사후약방문에 투자자는 씁쓸한 마음뿐이다.

“국장은 세력들, 기관 장난질 때문에 답이 없다.”

최근 증권 기사마다 달리는 댓글이다. 시장참여자의 신뢰가 바닥까지 하락한 가운데 증시 부진과 맞물리며 투자자들은 빠르게 국내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그들을 다시 시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시장 감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렸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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