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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조작’ 라덕연은 어떻게 2642억원을 모았나
라덕연 대표 [연합·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검찰이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42) 대표 등 주가조작 세력의 재산동결 절차에 착수했다.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를 구속한 직후인 지난 12일 라 대표 일당의 재산 2642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기소 전 추징보전은 피의자들을 기소하기 전에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만큼의 재산을 동결하는 절차다. 법원이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금융계좌 등이 동결돼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된다. 법원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만으로 라 대표 등이 시세조종으로 2642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리고 이 가운데 절반인 1321억원을 수수료로 챙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착수와 동시에 라 대표 일당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을 추적해왔다. 라 대표가 골프장 등 해외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도 확인하고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범죄수익을 환수할 계획이다.

증권사들도 라 대표의 재산 가압류 조치에 나섰다. 하나증권은 이달 법원으로부터 미수금 32억9000만원에 대해 은행 예금을 가압류한다는 결정을 받았다. 삼성증권도 라 대표의 은행과 증권사 계좌를 가압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지난달 발생한 무더기 주가 급락과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로 거액의 미수채권을 떠안을 처지다. 작전세력의 타깃이 된 종목들의 주가 폭락과 반대매매로 인한 손실액은 외국계 증권사가 충당하고 나면 이를 국내 증권사가 먼저 갚아주고서 나중에 개인투자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 개인이 수십억 원을 갚긴 어려워 국내 증권사들이 회수 부담을 지게 됐다. 회사마다 규모는 다르지만, 미수채권 발생 규모가 큰 곳은 수천억원대에 이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라씨뿐 아니라 폭락 종목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고객들을 상대로 미수금 분할 상환 등을 제안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8일 금융당국과 합동수사팀을 꾸린 직후부터 이달 초 사이 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라 대표 일당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주식거래 내역과 기존 금융당국의 조사 기록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경찰이 라 대표의 서울 강남구 H사 사무실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200여대를 넘겨받아 통정거래에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전화번호 50여개, 이와 연결된 증권계좌를 특정하고 거래소에 분석을 요청했다. 이들 휴대전화는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이튿날 투자자들이 H사를 찾아가 항의하자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무등록 투자일임업을 의심해 압수했다.

거래소는 증권계좌 250여개와 인터넷 주소(IP) 등을 분석해 통정매매 정황이 있는 계좌를 추린 뒤 다시 검찰에 넘겼다. 여기에는 단순 투자자뿐 아니라 라 대표와 변씨·안씨 등 주요 피의자의 계좌도 포함돼 있어 체포·구속영장 발부의 결정적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수사팀이 구성된 지 열하루 만인 지난 9일 소환 조사 없이 라 대표 일당 3명을 체포해 구속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다만 수사팀과 거래소의 분석보다 더 많은 증권계좌와 투자자가 주가조작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 라 대표 등은 주가 폭락 이후 시세조종 혐의 수사가 본격화하는 낌새를 눈치채고 일부 투자자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며 서류를 폐기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거가 상당 부분 인멸·은폐된 것으로 추정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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