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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만에 국회 첫문턱 넘은 실손청구 간소화法, 중계기관·의료계 ‘관건’
지난달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전경.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민 40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14년 만에 국회의 첫 문턱을 넘었다. 법 시행시 병원·약국에서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돼 가입자 편의가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계기관 선정, 의료계 설득 등의 과제가 남았다.

17일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날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심의한 후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했다. 대안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사무를 보험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은 중계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나 보험개발원으로 지정했는데, 이를 대통령령(보험업법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험업법 시행령이 금융위 소관인 만큼, 중계기관은 의료계 반발이 큰 심평원 대신 보험개발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이 시행되면 실손보험 가입자는 병원·약국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보험금 청구를 끝낼 수 있게 돼 편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가입자가 직접 서류를 준비해 보험사에 제출해야 했다. 이런 불편 때문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일도 많았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지급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의 41.4%가 ‘청구 절차 불편’을 이유로 꼽았다.

각종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보험사들이 종이서류 확인·관리 등에 쓰는 행정적 비용은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가입자 혜택으로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마다 4억장이 소비되는 종이서류도 아낄 수 있다. 이 서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나무는 4만그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모습. [연합]

다만, 법안 시행을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중계기관 선정과 관련한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뿐만 아니라 보험개발원에 대해서도 환자 진료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갈 위험이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중계기관 선정 문제가 남아 있다”며 “어느 쪽으로 가든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의료계가 환자 개인정보 유출, 행정업무 증가, 비급여 정부 통제 가능성 등을 들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이후 관련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됐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법안은 향후 정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의료계가 반대 입장이기는 하지만, 많이 협조하고 있다”며 “부칙에 상급 의료기관은 1년, 의원·약국은 2년의 경과기간을 뒀다. 그 기간 동안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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