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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포폰 이용 IP우회 등 신종 수법에 무력했던 시장감시…거래소, 민관 손잡고 주가조작 적발 방안 찾는다

[헤럴드경제=권제인·유혜림 기자] 한국거래소가 대포폰을 통한 IP 우회 등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기 위해 개선방안 검토에 돌입했다.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시장 전문가도 참여하는 ‘민관 합동’ 체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 거래소는 이번 주가조작 의혹 사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고 추가 보완하겠다는 계획을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관 합동’ 개선방안 만든다=9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한국거래소의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불공정거래 시장 감시에 대한 대책 논의 여부를 묻는 서면 질의에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 등에 대하여 시장 전문가 및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면밀하게 개선방안을 검토하고자 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대포폰을 통한 IP 우회 등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한계점에 대해선 “우선 검토하고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추후 금융당국·수사기관의 조사·수사 결과에 따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밝혀지면 추가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42) 대표는 투자설명회에서 수사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하고,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등 IP를 우회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가 지난 1일 서울시내에서 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거래소·금융위·검찰 협업 강화해야=거래소가 내부 개선 방안을 밝힌 가운데 현재 운영 중인 금융·수사당국과의 협업 체계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IP 우회 등 불공정거래 수법은 매년 빠르게 고도화되지만 거래소가 이상거래를 적발하기엔 자료 요구 등 권한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통상 한국거래소 시장감시 절차는 시장감시부가 내부 적출 규정에 따라 이상을 감지한 뒤 심리부에서 계좌 정보를 징구해 계좌 간 연계성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융실명법에 따라 거래소가 징구할 수 있는 정보는 증권사가 보유한 개인정보에 그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거래소는 증권 거래 계좌에 대한 정보 요구까지만 할 수 있을 뿐 (현 체제상) 해당 정보가 (통정 거래를 살펴보기 위한) A와 B와의 연계성까지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거래소·금융위·금융감독원·남부지방검찰청기관이 참여한 ‘불공정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조심협)’ 공동조사 프로세스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심협 제도는 금융위 조사공무원이 보유한 강제조사권, 금감원 조사인력 및 경험을 활용해 중요 사건을 신속·효과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허위사실 유포 사건 ▷에디슨EV 등의 쌍용차 먹튀 사건 ▷카카오톡을 활용한 주식 리딩방 사건 등 총 20건의 사건에 대해 패스트트랙(긴급조치)에 나섰다. 패스트트랙이란 긴급·중대사건에 대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검찰에 통보하는 제도다.

특히, 협업 과정에서 역할 및 조사 절차 등을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정무위원들은 이번 사태에서 조심협의 활동 내역 등을 살펴보고 있으며 ‘공동조사 메뉴얼’ 없다는 점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심협은 “기관 간 협의에 따른 계획”으로 진행된다는 입장인데, 책임과 역할·권한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이와 관련, 조심협도 지난 2월 회의에서 “필요한 경우 기관간 역할 및 절차 구체화 등 관련 제도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논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동 예방활동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예방 활동을 살펴보면, 2018년 7월 출시됐던 ‘내부자거래 알림서비스(K-ITAS)’ 활용도를 높이자는 수준에 그쳤다. 해당 알림은 상장사 임직원 등 내부자가 회사 주식 등을 매매할 경우 거래소가 해당 매매 내역을 회사에 통보해 주는 서비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세조종 방법이 지능화하면서 감시 시스템을 피해 가고 있다”며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쪽이 어려운 만큼 감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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