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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에 발목 잡힌 정부의 재정 운용[세종백블]
세수 축소 속 감세 법안 의원발의 봇물
국가재정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요원
정부의 나라살림 운영은 예산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하다. 정부가 국회에 발목 잡혀 버린 형국이 초래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져야 한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정부가 건실한 나라살림을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여소야대의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재정 건전성 제고가 비단 정부의 ‘몸집 줄이기’로만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축소’ 재정에 집중하다보니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윤석열 정부가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세수가 매달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회의 협조까지 받지 못하다보니 재정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다.

세수 축소 속 내년 총선 앞두고 감세 법안 의원발의 봇물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세수가 점점 줄고 세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야가 기업·노동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특례 확대·연장 법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2028년말까지 국산 친환경 버스 제조기술 관련 연구개발비를 최대 50%(중소기업 기준)까지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친환경 버스 공급에 대해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을 두고 있는데, 앞으로는 관련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까지 추가로 주겠다는 취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올해 말로 종료되는 고용위기지역 창업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조세특례를 오는 2026년 말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특례는 고용위기 지역에서 창업한 기업에 5년간 소득세·법인세를 100% 감면해주며, 이후에도 2년간 세금의 절반을 줄여주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같은당 김상훈 의원은 역시 올해 말로 종료를 앞둔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조치를 2026년까지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감세 법안 발의는 야당 의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소득세 감면을 연장하면서 대상을 중견기업 취업자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같은당 조정식 의원은 일반택시 운수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99% 경감 조치를 내년까지 1년간 연장하는 법안을, 서영교 의원은 연구개발특구 내 법인세 특별 감면을 2028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조세특례는 법률상 특례를 둬 일정 조건에 따라 세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

조세특례를 잘 활용하면 취약계층을 지원하거나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등 정책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특례가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방만하게 운영되면 자칫 국가 재정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

조세특례는 한번 만들어지면 없애기가 쉽지 않고, 법률상 일몰 기간을 두더라도 연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국가 재정엔 부담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종료 예정이던 비과세 감면 제도 74개 중 64개(86.5%)를 연장했다.

그 결과 올해 국세 감면액 전망치는 69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세수 사정 역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1∼3월 국세 수입이 8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원 감소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이미 세입 예산 대비 20조원 이상의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내년 이후 세수 불확실성도 크다. 올해 연장되거나 확대되는 조세 지출은 내년 이후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세수에 직결되는 기업 실적과 자산시장 동향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같은달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올해 세수 상황이 타이트하다”며 세수 부족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다만 기재부는 2분기 이후 경기가 반등하면서 세수 부족분을 만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3RF]
‘재정준칙’ 국가재정법, 본회의 통과는 아직!

오는 10일이면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이한다. 이전부터 논의가 있었던 국가재정법 개정안, 이른바 재정준칙의 법제화는 여야의 ‘집토끼 지키기(지지 기반 유지)’를 위한 기싸움에 아직도 국회 계류중이다.

첫 논의가 시작되고 30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고, 지난해 9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8개월째다.

경기 둔화와 자산거래 위축으로 연초부터 ‘세수 펑크’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의 총선용 재정지출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한 상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는 한국과 튀르키예 뿐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재정준칙의 빠른 국회 처리를 요청했으나 야당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사회적경제 기본법과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며 통과를 미루고 있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3%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으로,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적자폭을 2% 이내로 유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5월 임시 국회에서 재정준칙이 극적으로 합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축조 심사를 이달 올리려 했는데 연기됐다. 정부로서는 역할을 다했다"며 "여야가 큰 틀에서는 합의를 이룬 걸로 생각돼 계기가 마련되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5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높여 세수 감소의 파고를 넘을 것인지, 세수 확보를 통해 건전성을 높일 것인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에 따라 전자라는 점은 명확하다. 어느 노선을 택하더라도 세제도, 재정준칙도 국회의 협조가 없이 소모전으로 흐르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 개개인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점 또한 명확하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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