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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문부터 삭제” 키움증권에 분노한 개미…국내 증시 ‘점유율 1위’까지 흔들리나 [신동윤의 나우,스톡]
[게티이미지뱅크·키움증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한 주간 많은 지인들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화제는 단연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폭락 사태와 주가조작 의혹, 이와 관련된 핵심인물인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였습니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이야기 속에 등장한 곳은 키움증권입니다. 사측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너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주식 매도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며 금융당국의 조사로 확대된 상황 속에, 기자와 통화한 지인들 다수 역시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로서 불만을 털어놓았던 것입니다.

개중에는 이런 상황에 화가 나 행동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로 알게 된 A(45) 씨는 “그동안 주식을 거래할 때 사용하던 키움증권 모마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부터 지워버렸다”고 했고, 경기도 소재 한 대기업에 다니는 B(37) 씨는 “키움 계좌에 있던 걸 다른 증권사로 다 옮겨버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키움증권과 그룹사 오너 김익래 다우키움그룹회장이 2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의 배후로 자신들을 지목한 H투자자문업체 라덕연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연합]

사실 키움증권에겐 지금 개인투자자들의 보이콧 움직임만이 문제가 아니어 보인다는게 더 큰 위기입니다. 우선 오너에 대한 강도 높은 금융당국·검찰의 조사가 시작됐죠. 여기에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 인가가 힘들어진데다, 차액결제거래(CFD) 투자자들의 손실로 대규모 미수채권 손실 발생 우려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 B2C 증권사 키움…오너 사과가 필요했던 이유

무엇보다 키움증권이 개미들의 ‘불매운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국내 증권업계에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가장 특화된 증권사이기 때문입니다.

키움증권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작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주식 시장점유율(누적)은 19.6%에 이릅니다. 2020년(21.68%), 2021년(21.56%)에 비해 매해 규모가 작아지긴 했지만,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 일명 ‘빅(BIG) 5’의 점유율이 8~10%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2배 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해외주식 시장점유율의 경우엔 35.4%에 달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개미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증권사인 만큼, 개미들의 분노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을 통해서 키움증권이 국내 증시 점유율 1위 자리가 흔들릴 정도의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고는 본다”면서도 “사실 관계를 떠나서 이미지에 입은 상처는 휩게 회복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 키움증권에겐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키움증권 종목토론방에서는 김 회장은 물론 키움증권 경영진에 대한 날선 글이 다수 게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의 지인처럼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키움증권 계좌에 있던 주식을 다른 증권사로 옮겼다는 글이 다수 발견됐고요, 철저하게 수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습니다.

4일 김 회장의 전격적인 대국민 사과 역시 개미들의 힘으로 현재 키움증권의 위상이 만들어졌다는 현실과 맥락이 닿아 있는 지점입니다.

카메라 앞에 선 김 회장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다우데이타 주식매각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도 했죠.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들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도 김 회장은 남겼습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YTN 방송 화면 캡처]

키움 심장부 향해 칼 끝 겨눈 檢·금융당국

금융당국은 키움증권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나머지 주요 증권사에 대해서도 SG증권발 폭락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금융당국 조사의 칼 끝은 김 회장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앞서 김 회장은 주가 폭락 2거래일 전인 지난 20일 블록딜(시간외매매)을 통해 다우데이터 주식 140만주(지분 3.65%)를 매도한 바 있습니다. 매각 대금만으로 605억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가 지난 1일 서울시내에서 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앞서 이번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라 대표는 이번 사태로 이익을 본 사람이 범인이라면서 김 회장을 배후로 지칭한 바 있습니다. 김 회장이 주가 폭락 전 다우데이타 주식을 한꺼번에 내다팔아 주가 폭락을 유발했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키움증권 측에선 사실무근이라며 지난 2일 라 대표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키움증권 측은 “해당 주식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 키움증권이 인위적으로 반대매매를 실행했다는 취지의 라덕연 발언은 실시간으로 자동 실행되는 CFD 반대매매의 구조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며,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키움증권이 주가조작을 하거나 주가조작세력과 연계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신용을 심각하게 실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김 회장 측은 지난 3일 블록딜로 매도한 다우데이타 주식에 대한 거래명세서도 공개하며 자신에게 씌워진 공매도 의혹을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지난 3일 블록딜로 매도한 다우데이타 주식에 대한 거래명세서. [키움증권]

금감원 조사에선 키움증권이 CFD 반대매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CFD 관련 개인 전문투자자 여건과 규정을 충실히 지켰는지와 고객 주문 정보의 이용, 내부 임직원의 연루 여부 등도 조사의 대상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지위고하나 재산의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 고려 없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바 있고, 이원석 검찰총장도 금융당국과 유기적인 협력을 강조하며 “주가조작 가담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하게 처벌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피해자 지원 및 예방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

현재 서울남부지검·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라덕연 대표를 비롯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다수 인물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일엔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에 있는 라 대표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초대형 IB 인가 무산 가능성↑…CFD 미수채권 리스크까지

사실 키움증권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지금까지 말한 것 만으로 그치진 않습니다. 당초 2분기 내로 알려졌던 키움증권의 초대형 IB 인가 신청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최대주주에 대한 검찰 조사와 금감원 검사 등이 진행될 때엔 초대형 IB 인가는 보류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키움증권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배경에는 회사와 경영진, 주주들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면서도 “하지만 초대형 IB 인가 보류란 결과를 피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에서도 김 회장의 영향력에서 키움증권이 완전히 자유로울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SG증권에서 발생한 매물 출회로 8개 종목이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CFD 관련 미수채권이 발생한 것도 키움증권에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SG증권과 CFD 계약을 체결한 국내 증권사 중 한 곳이 바로 키움증권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통해 증권업계 전체에 발생한 피해규모는 수천억원대로 추정된다”면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거론되는 주요 증권사들 가운데 키움증권의 미수 채권 규모가 최대 규모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부담이 될 정도의 상당한 수준”이라고 귀뜸했습니다.

11거래일 연속 주가 하락…“타사 추격 허용할 수도”

이런 키움증권의 위기를 가장 잘 상징하는 것이 바로 주가입니다. 키움증권의 주가는 4일 종가 기준 8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키움증권의 주가가 9만원 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올해 1월 3일 이후 처음입니다.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14일(10만9400원)과 비교하면 18.7%나 하락한 수준입니다. 키움증권의 주가는 최근 11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사실 키움증권 주식은 그동안 증권주 가운데서도 투자가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상에 등록된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키움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은 ‘4.00’으로 다른 ‘빅5’ 증권사인 삼성증권(3.9), NH투자증권(3.8), 미래에셋증권(3.56) 등에 비해 점수가 확연히 높았습니다.

특히 올해 1분기 들어 키움증권의 강점은 극대화됐습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매 활성화로 리테일 관련 수익이 크게 증가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설정 부담이 적어 이를 온전히 실적으로 반영했다”며 “올해도 업종 내에서 가장 안전한 실적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한 바 있죠.

4월 12일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을 가리켜 “시장지배력이 유지되는 가운데 거래대금 증가의 최대 수혜주”라고 칭하며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한달도 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키움증권에 대한 평가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지는 분위기입니다.

익명을 전제로 ‘솔직한’ 생각을 말하겠다는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일은 어쩌면 키움증권이 갖고 있던 ‘개미들의 대표 창구’란 이미지를 완전히 훼손할 수도 있다”고요. “다른 증권사들이 추격에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벌어졌던 격차가 이번 일로 눈에 띌 정도로 좁혀질 가능성도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과연 키움증권의 앞날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요?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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