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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주희의 현장에서] 이커머스, 윈터 이즈 커밍

‘윈터 이즈 커밍(Winter is coming).’

봄이 한창이지만 최근 이커머스시장을 보면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찾아온 투자 혹한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몸집을 불려가던 신생 커머스 플랫폼들에는 뼈아픈 대목이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인다. 존속능력에 경고등이 뜬 회사도 한둘이 아니다. 에이블리, 발란, 위메프, 티몬이 계속 기업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회사가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영업손실 744억원과 당기순손실 79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648억원 더 많다. 발란 역시 매출은 한 해 전보다 71% 늘어난 891억원을 기록했으나 순손실이 379억원으로, 두 배 늘어났다.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6억5500만원 많다. 몇몇 기업은 감사 의견은 ‘적정’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기업이 받은 성적표에 오류가 없다는 뜻일 뿐 벼랑 끝에 섰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런 성적표를 받았을까. 이커머스업계의 ‘승자독식’구조가 원인이다. 1세대 이커머스의 승부결과로도 나타난다. 무궁무진하던 이커머스시장의 파이는 결국 쿠팡에 돌아갔고 다른 플랫폼은 위기를 맞았다. 위메프와 티몬 두 기업은 지난해에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제기됐다. 티몬의 당기순손실은 1663억원을 기록했다. 위메프는 577억원에 이른다. 티몬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약 5.5배, 위메프는 3배에 이른다.

승자 독식구조에 그동안 신생 플랫폼들은 이용자 수 및 거래액 1위 타이틀을 쥐는 데에 목을 맸다.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때 거래액 또는 매출액에 따라 몸집이 결정 났기 때문이다. 앞서 계획된 적자를 내던 쿠팡이 PSR(주가매출액비율)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자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PSR을 기준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다 보니 ‘제 살 깎아먹기식’ 치킨게임을 계속해올 수밖에 없었다. 에이블리는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 정책을 펼치며 셀러들을 대거 유입시켰다. 브랜디, 지그재그 등 여성패션 플랫폼 사이에서 후발 주자임에도 이용자 수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발란은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해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중요한 건 몸집이 아니다. 겨울이 찾아오고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누가 경제적 해자(垓子)를 넓게 팠느냐가 승부를 판가름 낸다. 특히 이커머스의 경우 제조업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다. 고만고만했다가는 뺏고 뺏기는 싸움을 끝낼 수 없다. 초창기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에 쿠팡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로켓배송’이라는 넓고 깊은 해자 덕분이다.

이제 이커머스기업들은 존폐 기로에 설 만큼 위태로워졌다. 위메프와 티몬은 큐텐의 손에 들어가 한숨을 돌렸다. 에이블리도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급한 불은 끈 모습이다. 올겨울에 더는 굶어 죽는 기업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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