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의 미래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산출 결과를 놓고 여러 뒷말이 오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CSM 산정을 위해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설정한 ‘계리적 가정’의 합리성을 점검하는 작업에 나서 주목된다. 금감원이 점검 결과에 따라 표준산정방식을 내놓을 수도 있어, 새 회계기준(IFRS17)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과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CSM을 산출할 때 세운 계리적 가정의 근거가 합리적인지 따져보고, 개선 방안을 내놓을 지 여부를 연말 결산 전까지 판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보험사들의 계리적 가정 내용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현재 사전 감사를 진행 중인 회계감사인들과 각사별 가정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SM은 올해 시행된 IFRS17 하에서 보험사의 미래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다. 해지율, 사업비율 등 보험사마다 자율적으로 선택한 계리적 가정에 따라 산출된다. 계리적 가정을 잘못 해 CSM을 과대·과소계상하면 예실차(예정과 실제의 차이)가 커져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회계적 판단에 따라 CSM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자의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보험상품별 계리적 가정의 합리성과 정교성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볼 예정이다. 손해율 추정 방식이 회사마다 크게 다르다고 알려진 실손의료보험이 대표적이다. 가정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되면 공통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CSM 산정을 위한 계리적 가정은 회사의 판단이지만 너무 생뚱맞게 해서는 안 된다”며 “추정의 영역을 회사에 맡기다 보니까 회사 간 비교 가능성이 떨어지고 CSM 결과의 신뢰성이 낮아진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법론에 합리적 근거가 없는 사례가 많을 때는 표준 기준을 줄 수도 있고, 특정 회사의 특정 방법론만 문제가 있으면 그것만 제한할 수도 있다”며 “연말까지 검토해 본 뒤에 공통된 기준을 줄 지, 아닐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CSM 산출 결과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식 공개된 CSM을 보면, 삼성화재(12조2000억원), DB손해보험(11조2000억원) 등 손해보험사들이 생·손보 업계 통틀어 1위인 삼성생명(11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이 발생하면서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CSM 산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생보업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을 앞두고 수년간 최적의 계리적 가정을 도출하기 위해 준비해왔는데, 도입 초기부터 새로운 표준 방식이 마련되면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시스템 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보험사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IFRS17의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IFRS17이 도입되면 보장성보험 중심인 손해보험사들이 CSM 산출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예상됐던 일인데, 실제로 손해보험사들의 CSM이 높다고 나오니 금감원이 산출 방식을 다시 검토한다는 게 우려스럽다”며 “업계와 시장에 혼란만 주고 IFRS17 도입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토로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