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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사기단’으로 불러야”…인천 ‘건축왕’ 호칭에 실제 건축인들 불만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골목 풍경.[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인천 일대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전세사기를 저지른 이른바 ‘건축왕’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건축업계에서는 ‘건축왕’ 호칭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건축사협의회는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전세사기 사건을 희화화하는 건축왕 호칭을 중단하고 전세사기단, 개발사기단, 임대사기단 사건으로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인천 전세사기단 주범은 건축과 무관한 사기꾼이자 부정 거래자에 불과하다”며 “건축왕 호칭은 범죄와 관계없는 많은 건축인에게 큰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건축왕은 사전적으로 ‘건축을 뛰어나게 잘하거나 많이 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범죄 피의자에게 ‘왕’이라는 호칭을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도 “전세사기로 힘든 시간을 보낼 유족, 피해자에게는 본질을 벗어난 문제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사건의 문제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전세사기단’처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2천700여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린 남모(61) 씨는 공범들과 함께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들로부터 전세 보증금 388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남씨는 정식 건축사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한동욱 남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건축, 건설, 시공이 잘 구분되지 않고 혼용해 쓰이는 경향이 있어 이런 호칭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직업적 권위와 연관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력 27년 차 건축사 김모(58) 씨는 “국민들이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전세사기가 일어난 원인과 재발 방지 방안에 집중하지 ‘건축왕’이라는 말 자체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건축업계에 편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전문가 단체로서 사회에 더 도움되는 의견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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