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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신청에만 40만명 몰렸다…예금 인기 떨어졌는데 '적금'은 부활, 왜[머니뭐니]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은행 경기본부(경기남부 17개 시 관할)에서 직원들이 현금을 검수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외면을 받았던 은행권의 적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본격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를 대비해 목돈 마련을 시작하려는 가계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은행들 또한 적금의 주 수요층인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예금 인기 떨어지는데 ‘적금’은 부활, 왜?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5일 기준 정기예·적금 잔액은 842조3200억원으로, 전월(842조4300억원)과 비교해 약 1000억원가량 감소했다.

특이한 점은 정기예금 잔액(804조3600억원)이 9700억원 감소할 동안, 정기적금 잔액(37조9500억원)은 오히려 8637억원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정기예금으로 시중의 뭉칫돈이 몰리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채권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 금융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에 돈을 맡겼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약 133조원의 정기예금 잔액이 불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정기적금 잔액은 2300억원가량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서울 한 저축은행의 예금 상품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반전된 양상은 최근 들어 나타났다. 올 초부터 채권시장이 안정되며 한때 5%를 넘나들었던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주저앉았다. 게다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며, 채권·주식 등 대안 투자처로의 자금 유출이 시작됐다.

다만 정기예금 수요가 정기적금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상품의 주 수요층이 다른 까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 중 10억 초과 계좌의 비중은 약 64%로 과반이 넘는다. 계좌당 평균 잔액은 약 2700만원이다. 목돈을 다루는 개인 자산가나 법인예금의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적금의 경우 청년층의 수요가 많다. 계좌당 평균 잔액 또한 약 250만원에 불과하다.

“티끌모아 태산”…‘플렉스(FLEX)’ 멈추고 적금 찾는 청년들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잔디밭에서 열린 '북 피크닉' 행사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연합]

이같은 현상은 현실화되고 있는 경기둔화 우려에 따라 자금을 비축하려는 가계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목돈을 안정성 높은 투자의 목적으로 예치하는 예금과, 목돈을 모으려는 목적을 가진 적금의 수요층에는 차이가 있는 편”이라며 “주로 자산을 축적하려는 청년층의 수요가 많은 적금의 특성상, 미래를 대비해 목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가계저축 관련 심리지수는 모두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현재가계저축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2로 전월(89)에 비해 3포인트 상승하는 등 올해 들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저축 성향이 더 강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6개월 후 미래의 저축 성향을 예측한 가계저축 전망지수 또한 95로 지난 1월(91)에 비해 4포인트 올랐다.

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해진 것 또한 적금 수요에 영향을 끼친 원인으로 꼽힌다. 수신금리 인하세가 계속되자, 금리 상승을 기다리던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소비자들이 현재로부터 6개월 후 금리 수준을 예측하는 금리수준 전망지수는 이달 111로 전월(120)에 비해 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역 근처 대학로 모습.[연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 또한 늘어나는 적금 수요에 대비하고 나섰다. 최근 은행들은 6개월 미만의 초단기 적금 등 주 고객층인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상품 출시를 지속하고 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청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한은행의 ‘청년 저축왕 적금’은 출시 한 달여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금융상품에 아이돌 문화를 엮은 카카오뱅크 ‘최애적금’의 경우 사전신청에만 약 40만명의 고객이 몰리는 등 화제를 모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금의 경우 자금 조달 역할을 수행하는 정기예금과 같은 실질적 이익은 크지 않지만,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상품”이라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적금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니즈에 걸맞는 상품 개발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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