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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입자, 집주인 이러다 다 죽어” 40만 임대사업자 국토부 찾은 이유 [부동산360]
임대인연합회, 국토부 항의 방문 및 민원 제기
다음달부터 HUG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
역대 최대 공시가 하락 겹쳐 문턱 더 높아져
임대사업자 “강제 역전세로 전세사고 터질 것”
2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당장 다음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보증보험) 가입요건이 강화되는 가운데 빌라(다세대·연립주택)·오피스텔·다가구주택 등 비(非)아파트 임대사업자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전세사기에 보증보험이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인데 임대사업자들은 ‘강제적 역전세로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로 구성된 전국임대인연합회는 5월부터 강화되는 보증보험 가입요건과 관련해 지난 13일 국토교통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전세사기대책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국토부 및 HUG에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문제점 지적 및 대안제시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는데 이날 기준 약 400여명의 임대사업자가 청원에 동의했다. 해당 청원인은 “지금 부동산 전세시장은 비정상적이다. 공시지가는 떨어지고 HUG에서는 설상가상으로 보험가입 요율을 150%에서 126%로 하향조정했다”며 “한 마디로 임대인을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월 HUG 보증보험이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경우) 계약 유도에 악용된 측면이 있다며, 가입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의 1.5배(공시가격의 150%·전세가율 100%)에서 공시가격의 1.26배(공시가격의 140%·전세가율 90%)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올해 공시가격이 1억원인 빌라의 경우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까지 보증보험이 가능하던 게 전세보증금 1억2600만원까지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진 셈이다. 게다가 올해 역대 최대 공시가격 하락까지 겹치면서 보증보험 가입 문턱은 더 높아졌다.

이에 계약 만기가 다가오는 임대인의 경우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을 낮춰야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는데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는 임대사업자는 2년 전 보증금과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기 위한 계약금액과의 차액 부담이 커져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빌라 여러 채를 소유하고 있는 한 임대사업자는 “빌라 한 채의 공시가격이 2019년 2억4400만원, 지난해 공시가격은 2억4700만원으로 3년간 300만원 올랐는데 올해 갑자기 공시가격 2억2000만원으로 2000만원 넘게 떨어졌다”며 “5월부터 주택임대사업자들의 강제 역전세물건이 전세사고로 전국 곳곳에서 터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전세사기로 둔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이 같은 상황에 여당 내에서도 HUG 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 조치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에서는 2023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수정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보증보험 주택 가격 산정 방식에는 반영이 안 돼서 오류가 나고 있는 것 같다”며 “(5월부터 보증보험 가입 강화를) 시행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병훈 HUG 사장 직무대행은 유 의원이 “기준을 바꿀 것인가, 그대로 시행할 건가”라고 묻자 “저희가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낮추면 시장에서 여기에 맞춰 조정이 된다. 반전세 형태로 하는 방법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유 의원이 “현재 (보증보험 가입 강화)계획은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맞춰서 한 것이고 지금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수정된 현실화율을 적용한다고 하는데 정부 계획이 바뀐 대로 수정하셔야지, 시장에서 조정된다고 하면 곤란하다”며 “가입요건을 아파트,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 각각 다르게 해서 공시가격의 145~190%로 올라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HUG는 일단 정부 대책대로 5월부터 공시가격의 1.26배로 보증보험 가입요건 기준을 강화하되, 내부적으로 관련 논의는 이어갈 방침이다. HUG 관계자는 “(가격 산정 기준 조정) 검토를 하고 있으나 보증보험 가입요건 강화 시행 내용을 바탕으로 모니터링도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전세사기 피해가 현재 워낙 크게 다뤄지다 보니 정부 대책도 피해지원책에 매몰돼 있는데 앞으로 발생할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에 대한 예방책은 부족하다”며 “부동산시장이 급변해서 발생한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과 전세사기를 등가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전세사기로 인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구한다고 해도 기존 보증금과의 차액이 커져 여러 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는 손을 놔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보증금 미반환 시한폭탄 초침이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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