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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 의리 지키기’ vs. ‘중국서 돈 벌기’…삼성·SK 선택은?[김민지의 칩만사!]
中과의 전쟁에 韓 동참 요구한 美
G2 사이서 ‘부담감 백배’ 삼성·SK
‘섣부른 제스처’는 금물, 대통령 외교에 기대는 반도체 업계
그래픽=김민지 기자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진퇴양난(進退兩難)’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를 나타내는 사자성어인데요.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편도 들 수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곤란한 상황을 나타내는 찰떡같은 표현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의 의리를 지키자니 반도체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의 이익을 포기해야 하고, 중국에서 돈을 좇자니 의도치 않게 미국의 대중 압박에 차질을 주게 되는 것이죠.

강대국들의 다툼 속 ‘K-반도체’는 어떤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 칩만사는 진퇴양난에 빠진 삼성·SK의 고뇌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中과의 전쟁에 韓 동참 요구한 美

지난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아래와 같이 보도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지 말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24일부터 시작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백악관이 우리 정부에 이같은 요구를 전달했다는 겁니다.

저 한 문장의 의미는 상당합니다. 왜냐하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한국의 직접적인 동참을 요구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앞서 중국은 이달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국가 안보 심사에 들어갔습니다. 중국 측은 통상적 감독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자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한 맞불의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죠.

특히, 만약 이번 조사로 중국이 마이크론의 자국 내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다면 마이크론이 겪을 타격은 상당합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잇는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입니다. 지난해 매출 308억 달러 중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이 25%를 차지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업체이지만 중국 의존도가 상당한거죠.

따라서 이번 미국의 한국 정부를 향한 요청은 “만약 마이크론이 중국 내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해 중국 내 반도체 부족사태가 벌어지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지 않도록 해달라”라는 의미입니다.

[123RF]
미중 사이서 ‘부담감 백배’ 삼성·SK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미국의 요청을 조금 다르게 해석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내 마이크론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미국의 요청을 따르는 것과 중국 내 판매를 늘리는 것 모두 우리 기업에게는 부담이 큽니다.

우선,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경우를 가정해볼까요?

삼성과 SK는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1년 면제권을 받은 상황입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내 공장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하는규제를 발표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오는 10월까지 1년 유예를 적용했습니다.

중국에 대규모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면제권 연장이 절실합니다. 미국의 이번 요청을 외면했다가는 향후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우려될 수밖에 없죠.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그렇다고 미국의 요청을 그대로 따르기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국내 반도체 수출의 40% 가량이 중국으로 갈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습니다. 만약 중국에서 경쟁자 마이크론이 반도체를 팔 수 없게 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당연히 그 공백을 차지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가뜩이나 불황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판매량을 끌어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섣부른 제스처’는 금물…대통령 외교에 기대는 반도체 업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어떤 결단을 내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 대신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미국 정부의 이런 요청이 전해졌기 때문에,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반도체 퍼즐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립니다.

[123rf]

이번 방미에서 우리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연 반도체 보조금 문제입니다. 앞서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5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초과이익 환수, 민감한 정보 제공, 중국 투자 제한 등을 조건으로 걸어 독소조항이란 논란이 일고 있죠.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중 갈등 상황에서 오히려 D램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을 늘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의 한국 생산량 점유율이 64%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0년 62%, 지난해 61%에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지난해 15%까지 확대됐지만, 올해 14% 수준으로 꺾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로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한국이 그 반사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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