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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물가 낮추기에 ‘올인’…밥상 위 늘어나는 수입산[세종백블]
기재부, 감자·명태 등에 관세 적용 면제 입법예고
정부, CPTPP 가입 추진…가입 시 수입산 급증 불가피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정부가 물가잡기에 총력을 쏟아 부으면서 국내 물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이 커지고 있다. 수입산에 대한 관세를 면제함으로써 국내 유통 시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수입산이 국산 식자재를 대체하면서 국내 농축수산물이 설 자리가 시나브로 줄어들어 수입산만으로 저녁 밥상이 차려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23일 기획재정부,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4.2%를 기록했다. 전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낮은 것으로,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석유류 가격이 내리면서 전체적으로는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는 양상이지만, 가공식품은 9.1% 올라 여전히 상승률이 높았다.

농축수산물은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 폭이 커졌고, 농산물도 4.7% 올랐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8% 올랐다.

기재부는 “전체적으로 3월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및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석유류 가격 안정 등으로 둔화 흐름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라며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점검・관리하고 닭고기, 가공용 감자와 같은 주요 식품원료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 및 연장, 통신비 등 생계비 경감을 통해 물가 안정기조가 조기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밝힌 물가 안정기조 대책 중 관세 인하 및 연장이 이달 들어서만 2건이 이달초 입법예고됐고, 관계부처 협의 후 2주 후 재입법예고됐다.

기재부는 지난 5일 닭고기, 오리 부화용 수정란, 대파 및 무에 대해 오는 6월 30일까지, 감자칩 제조용 감자에 대해 11월 30일까지 각각 0퍼센트의 할당관세(특정물품이 정부가 정한 일정 수량 내에서 수입될 때는 저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일정 수량을 초과해 수입될 때는 기본세율을 부과)를 적용한다고 입법예고했다.

또 오는 12월 31일까지 22퍼센트의 조정관세(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물품의 수입증가로 인해 국내시장이 교란되거나 산업기반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는 물품에 부과)를 적용받는 냉동 명태에 대해서는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조정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기재부는 공고에서 “서민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관세법 71조 할당관세 적용에 관한 규정과 동법 69조 조정관세 적용에 관한 규정의 일부 개정령을 각각 입법예고한다고 개정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품목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수입가격으로 국내 유통이 가능해진다. 관세가 부과되던 이전에 비해 국내산 농수산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더해 정부가 1년 전 발표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시 한국 농업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중국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 분야에서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됐다.

호주(쇠고기), 멕시코(쇠고기와 돼지고기), 캐나다(돼지고기와 닭고기) 등에서의 수입 증가로 국내 생산이 감소한다.

과수는 호주·칠레·멕시코·페루 등에서의 오렌지·포도 수입이 크게 늘어 국내 감귤·포도 시장 피해가 예상된다.

수산업은 베트남과 일본 등으로부터 어류와 갑각류 수입이 증가하면서 15년간 연평균 69억~724억원의 생산 감소가 우려된다. 김과 전복, 바지락 등 우리 대일 수출 품목이 중국산으로 대체되고, 과잉어획과 불법어업을 방지하기 위한 CPTPP 규범에 따라 어업인에게 지급되는 수산보조금 지급이 금지될 수 있다. 또 일본산 수산물 우회 수입이 늘면 먹거리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수도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농업 분야는 중국이 CPTPP에 가입하고 식품동식물검역규제협정(SPS) 범위가 국가·지역에서 개별농장으로 축소돼 그간 미개방된 품목이 수입된다면 피해 수준이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수산업 분야는 수산보조금 금지와 중국의 가입변수를 고려하면 피해액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본이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허용을 CPTPP 가입 조건으로 내세우면 비단 식탁 위 메뉴의 문제가 아닌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로 비화할 여지도 없지 않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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