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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뉴진스 팬 플랫폼, 에스파·NCT까지 ‘천하통일’…하이브는 결코 지지 않았다 [신동윤의 나우,스톡]
NewJeans (뉴진스) 'Hype Boy' Official MV (Performance ver.1) [유튜브 'HYBE LABELS' 채널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요? 전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인수에 나섰던 과정을 승패로 바라보는 관점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지난 2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벌어졌던 ‘에스엠 인수전’ 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 털어놓은 본인의 속내입니다.

외나무다리 위 담판 끝에 하이브가 카카오와 벌였던 ‘쩐(錢)의 전쟁’에서 물러 났을 때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대부분의 언론들은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전에서 하이브를 누르고 승리했다’라고요.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방 의장이 위와 같은 말을 했을 때만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패배’란 관점을 거부하고 “개인적으로 (결과에) 아주 만족한다”는 말의 진짜 뜻을 완전히 체감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인수전 결과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던 만큼 에스엠 인수를 포기한다는 방 의장의 설명을 직접 들은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프로듀서가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했다는 사실에 더 주목했었죠.

김범수(왼쪽부터)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이수만 전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각사 제공]

하지만, ‘패배’란 세간의 시선을 감수하면서도 방 의장과 하이브가 공개매수가 상향 제시 베팅에서 ‘스톱(STOP)’을 외쳤던 결단의 효과는 카카오가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에스엠의 지분 39.87%(950만1041주)를 차지하며 경영권을 거머쥐었다고 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세간에선 이제 하이브가 ‘패배자’가 아닌 ‘승리자’란 평가까지도 나오는 상황이죠.

에스엠 팬클럽·음반·굿즈·영상까지 위버스로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전을 통해 얻어낸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카카오와 진행하기로 한 ‘플랫폼 협력’ 카드입니다.

플랫폼 협력의 결과물은 화끈합니다. 하이브와 카카오, 에스엠은 지난 17일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 12팀이 올해 9월까지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 입점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입점 가수의 실명을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타, 보아 같은 1세대 가수부터 소녀시대, 엑소, NCT, 에스파까지 사실상 전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업계에선 이미 알려진 상태입니다.

[위버스 홈페이지 캡처]

특히, 팬클럽도 기존 ‘광야클럽’에서 위버스의 ‘멤버십 서비스’로 이전하고, CD 음반과 MD(굿즈 상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위버스샵에도 입점한다는 점은 눈에 띄는 지점입니다. 영상 라이브 서비스까지도 ‘위버스 라이브’를 활용합니다. 에스엠 자회사인 디어유가 운영하는 기존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유지하는 것도 일대일 대화형 유료 소통에 방점을 둔 만큼 무료 공개형 소통 플랫폼인 위버스의 ‘약점’을 보완하기 때문이죠.

이 말은 BTS, 뉴진스, 르세라핌 등 하이브 소속 대표 아티스트들의 팬들의 활동 공간에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 팬들까지 합류해 활동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미 위버스는 가입자 수와 매출액 기준 독보적 1위 팬덤 플랫폼입니다. 위버스엔 이미 블랙핑크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까지 총 80팀이 입점해 있고, 가입자수 역시 5400만명에 이릅니다. 올해 1분기 매출액만 3787억원이고, 영업이익은 433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까지 입점하면서 사실상 하이브의 위버스가 팬 플랫폼을 ‘천하통일’하는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겁니다.

aespa 에스파 'Girls' Stage Video [유튜브 'aespa' 채널 캡처]

이쯤 되면 방 의장이 에스엠 인수란 기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결과에 아주 만족한다”고 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으시나요?

에스엠 인수에서 아낀 돈, 글로벌 시장 확대로

‘치킨게임’식 공개매수가 인상 베팅에 참가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핵심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을 아꼈다는 점도 하이브가 거둔 큰 성과란 분석도 증권업계에선 나옵니다.

국내 주요 기획사 가운데 글로벌 성장 동력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 온 하이브의 DNA를 뽐낼 수 있는 힘을 비축했다는 것입니다.

BTS (방탄소년단) 'Butter' Official MV [유튜브 'HYBE LABELS' 채널 캡처]

앞서 하이브는 이카타 홀딩스, QC 미디어홀딩스와 같은 미국 현지 음악 회사들을 인수하고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에 있는 게펜 레코드와 합작회사도 설립하며 글로벌 1위 음악시장인 미국에 깊이 진입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하이브가 25%의 지분 확보를 목표로 카카오와 동일한 가격에 공개매수에 나서려면 8928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단 계산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기려 했다면 1조원 이상의 자금 출혈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말이죠.

하이브가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최대 1조원에 이르는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란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었는데요. 에스엠 인수를 위해 ‘고(GO)’를 외쳤다면 해당 자금 전부와 추가 실탄까지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었단 겁니다.

출혈 경쟁에서 발을 빼면서 기존 하이브 주주들의 권리와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로 꼽힙니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할 땐 두고두고 하이브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며 기업 가치 역시 하락하는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수도 있었다는 거죠.

방 의장의 발언 속에서도 이 같은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시장 과열로 우리 주주가치를 흔들고 시장을 흔들며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 로드맵대로 글로벌로 가고, 좀 더 혁신적인 데 투자하는 것이 하이브스럽다”고 말이죠.

하이브 주가, 에스엠 인수 포기 후 31.9%나 치솟아

주가의 흐름을 보면, 투자자들은 하이브가 진정한 승자라고 보는 듯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종가 기준 하이브의 주가는 25만원을 기록 중입니다. 연초(1월 2일·16만9500원)와 비교한다면 주가가 47.5%나 급등했습니다. 세간에서 ‘패배’라고 했던 에스엠 인수 포기 직후 거래일(3월 13일·18만9600원) 종가와 비교해도 주가는 무려 31.9%나 오른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하이브의 목표가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모양새입니다. 경영권 분쟁 종료와 함께 1분기 지민 솔로, 세븐틴 BSS 유닛, 뉴진스 컴백 등이 BTS 완전체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어 실적 상향 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죠.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BTS 솔로가 견조 하게 활동량 공백을 메우는 가운데 세븐틴, TXT, 뉴진스, 르세라핌 등 전 아티스트 라인업이 연초부터 최고 판매량 기록을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면서 “2분기 슈가 월드투어, 세븐틴 돔 팬미팅, TXT 월드투어가 겹치며 사상 최대 영업이익(OP)가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승자’인 카카오의 주가는 21일 기준 5만7900원으로 연초(5만2700원) 대비 9.9%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담판 후 사실상 에스엠 인수전에 승리한 이후 주가 흐름은 더 안좋습니다. 지난 3월 13일(6만800원) 종가보다 21일 기준 주가가 4.8%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에스엠이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향후 분기 매출·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리스크 역시 분명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스엠 인수로 카카오에게는 분기 2000억원대 매출과 200억원대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나 높은 인수 가격으로 발생할 무형자산 상각으로 실제 영업이익 기여는 이보다 적다”며 “에스엠 인수에 조 단위 프리미엄을 지급한 만큼 에스엠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과 카카오 콘텐츠 플랫폼의 시너지로 인수 정당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에스엠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카카오 주주들에겐 걱정거리입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측이 ‘쪼개기 상장’이 아니라 주장하지만, 알짜 사업을 떼낸 카카오 주식 가치 하락으로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카카오 주가엔 분명 부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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