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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寺’ 꼬리표 뗀 이창용 1년...소통하는 중앙은행으로 바꿨다
통화정책 투명성 높였다는 평가
독립성 우려·당국 엇박자 지적도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팬데믹 시기에 중앙은행 수장에 올라 전례 없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여느 총재보다 역동적인 한 해를 보낸 그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한은을 ‘한은사(寺)’에서 ‘소통하는 중앙은행’으로 바꿨다.

다만 강도 높은 긴축 정책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한은의 늘어난 소통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이 총재는 통화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전 총재들과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한 뒤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같은해 7월에는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히며 한은 총재 중 처음으로 명시적인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를 제시했다. 미국 등에서는 중앙은행이 미래 통화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일반화됐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몇 명의 금통위원이 최종금리 수준을 얼마로 제시했는지까지 공개하고 있다. 1월 회의 후 “금통위원 3명은 3.50%, 3명은 3.75%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히고, 2월과 4월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이 여전히 3.75%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한 식이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판 점도표’로 불리며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한은이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도 이전과 달라졌다. 이 총재가 제안한 한은 블로그는 지난해 5월 문을 연 뒤 경제 전망이나 이슈 분석을 보다 쉽게 풀이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한은 총재 최초로 TV 생중계 토론회에 나가고, 국제 회의에 부지런히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소통 강화 행보다. 이러한 적극적인 태도는 한은의 통화정책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총재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정교한 조합을 강조하면서 정부와 긴밀한 공조에 따른 한은의 독립성 우려나 반대로 당국과 엇박자 지적도 제기된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 총재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한은 노동조합이 이달 ‘이 총재 취임 1년’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은 직원들은 이 총재 취임 후 통화정책 등 업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인건비 문제 등 내부 경영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았다.

이 총재의 향후 1년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데 경기가 둔화하면서 통화정책 방향 결정은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언제, 어느 수준에서 종료될지 시장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 총재와 한은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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