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아의료센터 늘리고 아동학대 막겠다"면서 전문인력 확충안은 '전무'
정부 "아동 의료서비스 제공기반·학대아동 발굴 보호 강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4곳 확충…"전문의 없는 전문센터 우려"
부족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문제 충원 대신 "업무조정으로 운영"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개최된 아동정책조정위원회가 논의한 안건은 아동정책 추진방향과 학대아동 발굴, 보호대상아동 후견제도 개선이다. 아동 의료서비스 제공기반을 강화하고, 학대아동에 대한 발굴과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 목표이지만, 예산과 전문인력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빠졌다. 이 탓에 이날 제시한 핵심 성과지표들이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7회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심의·확정된 ‘윤석열 정부 아동정책 추진방안’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동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기반 강화다. 하지만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에 대한 입원진료비 본인부담을 면제하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미숙아나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을 제외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4개 추가 확충 ▷24시간 소아전문 상담 실시 등은 시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전문의는 어디서 구하나

지난 3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부는 현재 8개에 그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2027년 12개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구하는 것이 만만찮다. 당장 이달 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문을 열 예정이던 대전시는 병원 개원을 5월 하순으로 미뤘다. 1명씩 필요한 소아청소년과·소아치과는 아직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서다. 소아 진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지난 2014년 9월부터 보건복지부가 공모를 통해 선정·운영하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도 전국 226개 시·군·구에 지정된 센터는 현재 36곳에 불과하다. 현재 운영 중인 곳도 소청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한 곳이 많다.

인건비와 물가폭등에 저출산까지 겹쳐 벼랑 끝에 내몰린 소청과 의사들이 지난달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진행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소청과를 지원하는 인턴 의사들은 급감했다. 올 상반기 전국 수련병원의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16.6%까지 곤두박질쳤고, 전국 대학병원 38곳은 소청과 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 이러다보니 인구 10만명당 소청과 전문의 수는 평균 1.80명으로 10개 시·도가 평균보다 적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4곳 추가해도 달빛어린이병원처럼 소청과 전문의 없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24시간 소아전문 상담’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24시간 상담센터 시범사업’을 제공하는 주체를 ‘소청과 전문의’가 아닌 ‘의료인’이라고 명시했다. 의료법 제2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소청과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 등이 상담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회장은 “내과 의사들도 자식이 아프면 소청과 의사에 전화를 한다”며 “큰 일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 “팀원 2명이 매일 야근”

지난 2월 11일 오후 인천 한 장례식장에서 학대로 숨진 초등학교 5학년생 A(12)군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공룡 인형을 두 손에 든 아이는 가로·세로 30㎝ 정도 되는 영정 액자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A군의 의붓어머니 B씨와 친아버지 C(40)씨는 전날 각각 아동학대치사와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연합]

이날 위원회가 내놓은 ‘학대위기·피해아동 발굴 및 보호 강화방안’도 시행을 위해선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정부는 “모든 시군구에 조사인력을 2인 이상 확보하도록 추진한다”는 수준의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복지부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 2020년 43명, 2021년 40명으로, 연평균 38명꼴이다. 신고가 늘면서 아동학대 의심 사례도 2017년 3만923건에서 2021년 5만208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만2세 이하 아동 중 필수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최근 1년간 의료기관 진료를 하지 않은 만2세 이하 아동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석 달간 집중조사를 실시한다. 문제는 부족한 인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852명, 아동보호전문기관은 85개소, 학대피해아동쉼터는 115개소에 그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작년 7월 “아동학대 사건 발생 현황에 비해 전담 공무원 인력이 부족하다”며 복지부와 지자체에 개선을 권고할 정도다.

복지부는 아동학대 의심사례 50건당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명을 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17개 시·도 중 1인당 업무량이 복지부 권고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은 7곳이나 됐다.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시 자치구 4곳 중 1곳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2명뿐이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시도별 배치현황 및 1인당 담당 건수가 84건에 달하는 세종시는 4명 뿐이다. 제주(70건) ▷경기(63건) ▷대전·인천(62건) ▷울산·충북(55건)도 1인당 담당 사례건수가 권고기준을 초과한다.

전문인력 부족이 심각한데도 위원회는 “상시학습 시스템을 구축해 언제든지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며, 신규 직원 등에게 자문·교육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요원제를 시범 도입한다”며 “전담공무원 1인 지역은 업무조정, 업무대행자 지정, 권역별 합동대응 등으로 인력운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fact051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