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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넬 대기 줄 겨우 6명’ 명품도 꺾였다
‘보복소비’ 명품서 해외여행으로
‘오픈런 팁’ 공유 1년전과 대조
코로나19로 인한 보복 소비 양상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 발병 이후 지난해까지 패션·뷰티 기업에 명품 특수가 이어졌던 반면 올해 들어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터져 나오면서 명품 매장이 썰렁하다. 2020년 5월의 롯데백화점 본관 샤넬 매장 앞 (오른쪽)과 11일 같은 장소의 모습이 대조된다. [신주희 기자·연합]

‘보복소비’ 지형도가 1년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엔데믹에 따른 보복소비로 패션·뷰티 기업에 특수를 가져다준 해가 작년까지라면, 올해는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리 인상과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로 명품소비 자체는 올 들어 크게 줄었다. 반면 항공권 매출은 달을 거듭할수록 역대급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바야흐로 ‘찐데믹(진짜+엔데믹)’ 특수다.

11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 불과 몇 개월 전 평일 강추위에도 매장을 빙 둘러쌀 정도로 300m가량 늘어서 있던 ‘오픈런 줄’이 실종됐다. 이날 대기인원은 단 6명. 오픈런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평일에는 연차를 내면서까지 줄을 서야 했지만 최근에는 “지나가다 명품 매장에 들러도 될 정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줄을 서 있는 직장인 A씨는 “샤넬 카드지갑을 사러 왔다”며 “다른 일정 때문에 연차를 냈는데 일정이 취소돼서 한 번 와봤다”고 했다. ‘오픈런 팁’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던 1년 전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오픈런 경쟁이 한창 치열했을 때만 해도 샤넬 대기줄은 백화점 건물을 한 바퀴 둘러쌀 정도였다. 2년 전 같은 달 평일에는 매장 오픈 시간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약 100여명이 줄을 섰다.

줄을 대신 서 주는 ‘오픈런 아르바이트’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날 매장 앞에 있는 고객 대부분이 물건을 직접 사러 온 사람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픈런 대행 아르바이트 시급도 꺾였다. 2022년 초 1만5000원까지 치솟던 아르바이트 시급 시세는 지난해 말 1만2000원에서 최근 1만원까지 떨어졌다. 9일 중고나라에 개제된 ‘샤넬 오픈런 대행’ 게시글에 따르면 시급은 1만원이었다.

물론 오픈런이 반짝 치열해질 때도 있다. 명품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예고한 시점이다. 샤넬은 지난해 네 차례에 이어 지난달 초 3∼6%가량 가격을 인상했다. 하나라도 더 쌀 때 사려는 고객으로 지난 2월 말 오픈런 줄은 반짝 길어졌지만 가격 인상되면서 이마저도 시들해졌다. 고물가에 소비자가 지갑을 닫은 결과다.

웃돈을 붙여도 팔리는 명품 리셀도 이젠 정가보다 못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예물 가방으로 인기인 ‘샤넬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 사이즈’는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현재 1195만원가량에 팔리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1400만원대에 팔렸지만 리셀가가 2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정가 1480만원보다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명품 거품이 빠진 모습은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1분기 명품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간 대비 7%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7.8%, 9.1%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3월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이 각각 18.7%, 30%, 32.8%까지 치솟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성장세가 크게 줄었다.

꺾이는 백화점 매출과는 정반대로 국제선 항공권 매출액은 매달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해외여행으로 향하는 발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3월 발권된 국제선·국내선 항공권 판매액은 1613억원을 기록했다. 1월(1475억원)에 기록한 최고 판매치를 두 달 만에 경신했다. 3월 판매액은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81%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월(1088억원)과 비교해 보면 48%가 늘었다.

국제선 발권 인원을 노선별로 보면 일본이 3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13%), 필리핀(7%), 태국(6%), 미국령 괌(5%) 등 순이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 열풍의 여세를 몰아 동남아 노선 운항을 재개하고 증편에 집중한 결과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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