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내달 적용 전기·가스요금 인상 잠정 보류…당정 합의 불발
당정, 31일 협의 불구 합의 못해
“전기-가스 요금 인상 불가피 인식”
“국민부담 최소화 위해 추가 검토”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4월부터 적용되는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폭 결정이 잠정 유보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돼 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과 물가당국이 고물가로 인한 국민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요금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31일 당정협의를 열고 전기-가스요금 조정 방안에 대해 협의했으나 최종적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당정은 원가 이하의 에너지요금이 지속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공기업 재무상황 악화 및 안정적 에너지 공급기반 위협, 에너지 절약 유인 약화 등에 따른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으나,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협의결과에 따라 당정은 서민생활 안정, 국제 에너지가격 추이,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공기업 재무상황 등을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 조속한 시일내에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관계부처, 관련 공기업, 에너지 전문가 및 소비자 단체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에너지요금 조정 필요성, 파급효과 및 제도개선 방안 등을 심도깊게 논의할 수 있는 의견수렴 기회를 충분히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돼 있다. 2022년 전기요금은 세 차례(4·7·10월)에 걸쳐 kWh당 전력량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조정요금 5.0원씩 올라 총 19.3원 인상됐다. 2022년 요금을 약 20% 인상했음에도 한전은 지난해에만 32조6034억원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는 전년(5조846억원)보다 456.7% 악화됐다.

2023년 전기료 인상 요인을 분기별 ‘전고후저’(前高後低) 방식으로 분산 반영할 경우 영업이익이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지만, 분기별 균등 분산 반영할 경우 연간 적자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요금( kWh당)은 1984년 67원에서 2021년 125원으로 1.5배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자장면은 350원에서 5692원, 버스는 120원에서 1300원으로 각각 16.3배,10.8배 인상됐다. 지하철도 1984년 200원에서 2021년 1350원으로 6.8배나 올랐다.

이로 인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을 한전과 가스공사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지난해 구입한 전력구입 평균단가가 1년만에 62.7% 늘어나 키로와트시(㎾h)당 95.35원에서 155.17원으로 폭등했다. 전력단가 상승은 한전의 영업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전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37조3552억원이나 급증한 103조775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누적 32조60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정부가 요구한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한전이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재무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누적적자를 해소하려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 이 목표액을 달성하려면 2~4분기에도 1분기처럼 ㎾h당 12~13원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스공사도 환수가 어려운 민수용 미수금이 2021년 1조 8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 6000억원으로 최근 1년새 7조가량이 늘었다. 올해 1분기 미수금은 1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했지만 국내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지연되면서 미수금이 쌓이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재정파탄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물가 상승 우려로 억누르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을 올리는 게 유일한 해법인 셈이다. 팔면 팔수록 밑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만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osky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