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당국-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발언 하고 있다. [연합]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금융시장 안정과 취약계층 지원,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한 책임경영을 당부했다. 특히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차주들에게 그대로 전가되지 않도록 금융권이 경영합리화를 통해 이를 흡수해줘야한다는 판단이다. 불법사금융에 내몰리는 취약층을 위한 소액생계비대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관계부처와의 추가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원가상승, 차주에 전가보다 흡수를...긴급대출 관계부처 추가 협의= 김 위원장은 31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단,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을 만나 고금리 기조 하에서 취약차주의 금융지원이 절실한 만큼 각 금융지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원가상승이 차주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취약차주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상환유예 채무조정,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 지원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금리상승과 같은 비용상승 요인을 금융권에서 최대한 자체적으로 흡수해 대출자에게 전가되는 금리인상이 최소화되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서민금융진흥원도 참여 금융기관에 대해 맞춤대출(서금원 대출비교플랫폼)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참여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최근 출시한 소액생계비대출에 대해서도 추가 재원을 마련 중이다. 당일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하는 해당 제도는 사흘만에 한 달치 사전예약이 꽉 찰 정도로 흥행을 거뒀다.

그는 “하루에 1200명 가량 상담이 이뤄졌는데, 사흘간 상담받은 사람들 중 83%가 취업알선, 복지지원 등 채무제도와 연계가 됐다”며 “이들이 안정적인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관계부처와도 협의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개선 필요, 지주 회장들 “책임경영, 지배구조 투명 다하겠다”= 김 위원장은 글로벌 은행들의 건전성 문제를 통해 나타난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능력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내부통제제도 개선작업뿐만 아니라, 유능하고 적격한 대표이사의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마다 필요한 내부통제 모습이 다른 만큼 업계가 시스템과 관행개선을 추진하면 제도적으로 든든한 뒷받침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경쟁 강화, 영업관행 개선 일환에서 추진 중인 ▷스몰라이선스 도입 ▷비은행권 지급결제업무 등은 다각도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논의 또한 예보료 인상 등 여러가지 후속 영향 등을 고려해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 부동산 규제완화 또한 거시경제 흐름 속에서 논의해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지난해 말부터 금리와 물가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고통이 크다”며 “금융지주들이 고금리 시대에 이에 맞는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주 계열사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는 등 자체 위기대응체계를 탄탄히 갖출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 회장단은 “어느때보다 책임경영, 지배구조 투명성 등이 중요한 시점임을 알고 있다”며 “금융시장과 고객들이 금융지주에 대해 바라는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와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과 관련해 “해외 주요 은행의 부실이 우리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긴장을 늦추지 말고 시장안정 노력에 힘을 모아달라”면서 “최근 우려가 나오는 상호금융 또한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데, 선제적인 규제완화나 추가 보증 등을 통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