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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새 3배↑’ 車보험 한방 진료비, 양방 역전
손보사-한의계 간 갈등 심화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가 증가세를 거듭해 지난해 양방 진료비를 처음 역전하자, 손해보험업계와 한의사 업계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의계가 삭발·단식투쟁에 이어 집단행동까지 경고한 상황에서 양측 간 진실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손보사들 “과잉처방이 문제”=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회(이하 분심위)에서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를 10일에서 5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손보사들과 한의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손보사들은 교통사고 경상환자에 대한 과잉진료와 허위청구 등으로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한의계를 직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2017년 5545억원에서 2022년 1조4636억원으로 5년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는 1조2153억원에서 1조506억원으로 감소, 한방 진료비가 양방을 처음 앞서게 됐다. 총 진료비 대비 한방 비중은 58.2%로, 전체 의료기관 중 한방병원·한의원 비중이 15.2%(2021년 기준)인 것에 견줘 과도하다는 게 손보업계의 주장이다. 또 업계 상위 4개 손보사들의 경상환자(상해급수 12~14급) 평균 진료비를 보면, 한방은 1인당 108만3000원으로 양방(33만5000원)의 3배 이상 수준이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상 업무를 해보면 경상환자라도 대부분이 10일치 이상의 첩약을 한번에 처방받는데, 다 안 먹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최대 한도까지 첩약을 처방해 한방 진료비만 늘린다”고 지적했다.

손보업계에서는 대형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위한 과잉진료 수법이 확산되고 있다고 의심한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 7월 한방 진료수가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한 이후 대형 한방병원 주도로 첩약·약침 관련 진료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노하우가 공공연하게 퍼지면서 유사한 사업모델을 끌고 가는 한방병원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집행부 탄핵시기에 날치기 합의” 한의계 발끈...진실공방 격화=양측의 갈등은 진실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일수 단축 합의 여부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손보협회는 지난 27일 성명서를 통해 한의계가 2013년 11월 분심위에서 처방일수 단축에 합의하고도, 일방적으로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의계는 날치기 합의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덕근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2013년에 협회 집행부가 탄핵, 교체되면서 한의계 측 분심위원이 A위원에서 B위원으로 바뀌었다. 이전 논의 내용을 모르고 있던 B위원에게 당시 분심위가 ‘A위원이 첩약수가를 인상해주는 대신 처방일수를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데 이면 합의를 했다’고 거짓말을 해 합의를 시킨 것”이라며 “이번 분심위에서 A위원과 B위원, 당시 분심위원장을 모두 불러 진실을 확인하자고 했는데 이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첩약의 과도한 처방과 남용으로 보험료 인상만 부추기고 있다는 손보업계의 비판에 대해서도 한의계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있다. 2003년 10만4100원으로 정한 10일분의 첩약수가를 2013년에 14만7200원으로 한 차례 인상한 이후 10년간 고정된 상황에서 물가 인상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한방병원·한의원이 속출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안 부회장은 “국토부가 지난해 11월 중재안으로 처방일수를 10일에서 7일로 줄이는 방안을 가져오면서 첩약수가 인상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첩약수가는 논의 대상에서 빠지고 처방일수 단축만 협의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마치 한의계가 ‘나이롱 환자’들을 붙잡고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의협은 당장 30일 분심위 개최 취소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홍주의 회장은 지난 25일부터 삭발·단식투쟁에 돌입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30일 분심위 때는 회의 장소인 서울역에 300여명이 모여 회의 저지를 시도할 예정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예정대로 분심위를 열되, 한의계 참여를 최대한 설득해 본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이견이 있는 부분들을 조정하면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 나가기 위한 자리다. 수가와 관련된 불만이 있으면 회의에서 다 얘기할 수 있다”며 “한의협 회원사 방문 미팅이나 전화 통화 등을 통해 계속 소통을 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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