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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은행, 이자장사 이제보니 안전판? 여신비율 높고 유가증권 비중 낮아
총자산 중 유가증권 비중 20% 아래
금융규제 당국의 예금자 보호 조치로 예금 접근이 가능해진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국내 은행들의 자산 구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VB 파산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스마트폰 뱅크런’이 꼽히고 있다. 여기엔 수신에 비해 작은 여신 규모, 막대한 유가증권 보유 등 SVB의 취약한 자산구조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여수신 비율, 낮은 유가 증권 비중 등으로 안정적인 자산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국내은행에 대한 비판의 화살로 돌아왔던 ‘이자장사’ 구조가 오히려 안전판 역할을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에서 “향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겠으나 현재까지는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인 양상”이라며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진 걸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주요 은행의 여수신 비율(수신 대비 여신 비율)은 모두 90%를 웃돌았다. KB국민은행의 여수신 비율은 99.5%, 신한은행도 95.9%에 달했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도 각각 96.3%, 92%, 91.6%로 집계됐다.

여수신 비율이 높다는건 국내 은행들이 수신이 들어오면 대출 등을 통해 돈을 굴리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가졌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금리인상기 ‘이자마진’으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수익구조가 안정됐다보니 유가증권 투자 비중도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은행들의 유가증권 비중은 일제히 20%를 밑돌았다. 신한은행의 총자산(은행계정) 465조3937억원 가운데 보유 유가증권은 86조8317억원으로 유가증권 비중은 18.7%에 그쳤다. NH농협은행이 17.8%(총자산 400조1072억원, 유가증권 71조2176억원)로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각각 16.2%, 16%, 15.9%로 집계됐다.

국내 은행들의 이같은 자산 포트폴리오는 이번에 파산을 겪은 SVB와 비교했을 때 대조된다. SVB의 경우 총자산의 절반 이상이 유가증권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 인상으로 보유 중인 유가 가격이 하락했을 때 은행 자산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밖에 없던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SVB의 총수신은 1747억 달러, 여신은 743억 달러로 여수신 비율이 42.5%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채권 규모도 1174억 달러로 총자산의 55% 수준에 달했다. 스타트업 자금에 의존한 특화은행인 만큼 일반 은행에 비해 수신 대비 여신 비율은 낮고 자산 중 채권 비중이 매우 높았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은행의 경우 유가증권 비중이 낮다보니 금리 인상으로 인해 보유중인 유가증권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은행 손실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실제 국내은행의 유가증권 누적 손실을 봐도 국민은행이 5000억원대였고, 나머지 주요 은행들은 2000억원대 남짓이었다.

SVB와 같은 유동성 부족에 따른 뱅크런에 국내 은행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다만,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번 SVB 사태가 시장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점검하는 등 대응책을 가동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발생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주안을 두고 보수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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