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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개혁이 ‘스페인 성장’·‘이탈리아 쇠락’ 갈랐다”…한국에 주는 교훈
전경련, 유럽3개국 경제·재정지수 비교 조사
“노사관계 과감히 개혁해야 경제 체질 개선”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과감한 노동·공공개혁이 경제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지난 2012년 유럽 재정위기 후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었던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3개국의 경제·재정 지표를 분석한 결과 노동·공공개혁 정도가 경제 회복의 성패를 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12년 노동 및 공공부문 개혁 추진 후 만 3년이 지나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까지 약 2~3%씩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스페인은 2015~2017년 평균 3%대의 성장을 기록,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남유럽 3개국 중 가장 빨리 경제회복에 성공했다. 포르투갈도 2017년 3.5%, 2018~2019년 2% 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2012년 스페인·포르투갈과 비슷한 성장률로 시작했지만, 같은 기간 0~1%대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세계은행]

전경련은 세 국가의 경제 성장 성과를 가른 것이 노동·공공 개혁 정도의 차이라고 봤다. 스페인은 2012년 7월 정규직과 임시직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동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포르투갈은 2012년 6월 개별 해고 사유를 인정하는 등 기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모두 해고규제 완화, 근로조건 수정 자율화 등 노동유연성을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정책을 내놨다.

반면 이탈리아는 2012년 몬티, 2015년 렌치 총리가 두 차례 개혁을 시행했지만, 상대적으로 온건한 수준의 정책에 그쳤다. 정규직 보호에 대한 근본적 수정보다는 해고 절차 재정비와 비정규직 규제 완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 2015년의 법안이 이전 고용계약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고용 시스템이 이원화되는 비효율성도 발생했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OECD]

당시 노동개혁 차이는 10년 뒤 노동유연성, 실업률, 고용률 차이로 이어졌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캐나다 프레이저 연구소에 따르면, 2011~2020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는 0.8점 이상 증가한 반면, 이탈리아는 0.19점 감소했다. 포르투갈 노동경직지수(0점에 가까울수록 경직도 낮음)는 2011년 4.13점에서 2019년 3.14로 OECD 국가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직된 정규직 보호법을 효과적으로 완화한 점이 원인으로 꼽혔다.

실업률은 스페인은 2012년 24.8%에서 2019년 14.1%로, 포르투갈은 16.6%에서 6.7%로 약 10%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같은 기간 10.9%에서 9.9%로 1%포인트 줄어드는데 그쳤다. 고용률 역시 2012년 3국 모두 55.8~59.3%로 비슷했으나, 2019년 스페인은 63.3%, 포르투갈은 69.9%를 기록하며 대폭 상승한 반면, 이탈리아는 59.1%로 소폭 상승했다.

공공부문 개혁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스페인의 라호이 정부(2010~2017년)는 공공투자 14% 축소, 지방정부 재정 건전화, 공무원 임금 5% 삭감, 연금동결 및 정년 연장, 출산장려금 폐지 등 공공부문 지출 억제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긴축재정 정책을 시행했다. 포르투갈은 2016년 ▷국영기업 부채 상한제 적용 ▷에너지 국영기업(EDP, REN) 등 국영기업 일부 민영화 ▷우편·통신·운송 분야 민영화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개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정치적 반대로 10여년 간 공공개혁 정책이 가로막혔다. 2012년 몬티 전 총리는 고강도 경제개혁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이후로 집권한 총리들도 모두 긴축재정, 공공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12년 이후 7년간 GDP 대비 정부지출 비율을 약 7%포인트 가량 감소시켰다. 반면, 이탈리아는 약 2%포인트 줄이는데 그쳤다.

전경련 측은 스페인, 포르투갈의 사례가 한국 경제 체질 개선의 좋은 벤치마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인플레이션, 무역적자로 인한 경기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노동개혁과 공공부문 개혁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험은 긴축재정과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낸 사례인 만큼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이탈리아의 케이스는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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