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로 꼽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금융당국도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은행 중에 SVB나 실리콘밸리에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없어 직접적인 충격은 없겠지만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간접적인 영향은 배제하기 어렵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SVB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오전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SVB 사태로 위험 회피심리가 강화되고 미국 금리 및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따른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앞서 전날에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경제수장은 거시경제·금융 현안 관련 정례간담회를 열고 SVB 사태의 영향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SVB 사태가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은행 중에 SVB나 실리콘밸리에 직접적으로 익스포저가 없기 때문이다. SVB가 단시간 내 파산을 맞게 된 것도 자산 대부분이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기관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개인고객들의 비중이 높아 단기간에 예금을 줄줄이 뺄 확률이 높지 않다. SVB 파산 사태를 두고 개별 은행의 리스크로 보는 분위기가 대세인 것도 이 때문이다. 복잡한 금융파생상품 투자로 세계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렸던 2008년 리먼 사태와도 여기서 차이를 보인다.

추 부총리는 이날 “아직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고, 오늘 아침 미국 재무부 등 관련당국은 SVB 예금 전액 보호 조치 발표 등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진 SVB 사태가 개별 은행의 파산 사례로 취급되는 분위기지만 무조건 안심하긴 이르다. 이미 미국 다른 은행마저 폐쇄 절차를 밟고 있어 위기 전파 가능성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커질 경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조절로 인해 국내 금리까지 움직일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계속 인상되고 인상폭이 더 가팔라지면 국내 금융권도 PF나 부동산기업 익스포저가 늘어난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FOMC 기준금리 인상에도 영향을 조금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SVB 사태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급격한 뱅크론, 대출 이동에 따른 유동성 확보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어느 은행이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은·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