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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寶庫...설악산 케이블카 면밀히 검토해야” [헤경이 만난 사람-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산림 생태계의 탄소저장량 약 11%
케이블카 만들면 생태계·경관 훼손
염습지 23㏊ 복원 해양탄소원 구축
전기차 교체로 친환경 교통체계 수립
사유지 사들여 국립공원 보전할 것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이 강원도 원주에 있는 공단 본사 홍보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 이사장은 “국립공원은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자산이자 훌륭한 탄소흡수원”이라며 “지난해 육상탄소흡수원 구축사업에 이어 올해 증액된 기후대응기금으로 국립공원 내 훼손된 해초지와 염습지 23헥타르(㏊)를 적극 복원해 해양탄소원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입니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한 것과 관련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자연생태계나 자연경관 등 일정 부분 훼손을 수반하게 된다”며 “국립공원계획의 내용,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재결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해 국립공원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980년대부터 추진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양양 오색지구에서 설악산 끝청까지 3.3km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환경부 원주청이 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한 이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환경부 1급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송 이사장은 임기 시작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는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산림생태계 탄소저장량의 약 11%를 차지하는 최고의 탄소 흡수원이자 자연생태계의 보물창고”라며 “국립공원 내 육상·해양 탄소흡수원을 확대해 탄소저장고로서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2년여가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국립공원의 모든 업무가 가치 있고 훌륭한 성과지만 기후 위기 속에 우리 공단이 탄소중립의 선봉에 선 것을 꼽고 싶다. 세계 각국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공원이란 공간이 갖는 가치는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 간 가장 집중했던 것도 국립공원 생태계 탄소저장량과 흡수량을 평가하고, 국립공원 내 육상·해양 탄소흡수원을 확대해 국립공원 탄소저장고로서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일이었다.

-지난해 공단 사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은.

▶지난해 6월 목포항에서 7시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외병도에 급수시설을 설치했던 것이다. 통수식이 있던 날 저와 직원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보이시던 할머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남아있다. 공단은 국립공원 내 지역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버스정류장과 쉼터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급수시설과 오수처리시설 등 물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국립공원 특산물 꾸러미 상품을 개발해 주민소득이 전년대비 38% 늘어난 것은 자랑하고 싶은 성과다.

-코로나19 일상회복 단계에서 탐방객 증가 및 여가 트랜드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지난해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 수는 총 3879만명으로 전년(3590만명)보다 8.1% 늘었다. 올해엔 국립공원을 처음 찾는 젊은 층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휴양·치유, 자연·지역문화 등 다양한 체험과 체류여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공단은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국립공원 스탬프투어를 산(시즌1), 섬·바다(시즌2)에 이어 문화재(시즌 3)로 확대하고, 지역명소를 연계한 드라이브 탐방코스와 저지대길 노르딕워킹·예술마을을 탐방하는 걷기원정대, 국립공원 한 달 살기 등을 신규 개발할 계획이다.

-국립공원 내 흡연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성과가 있나.

▶지난 해 건조한 날씨로 국립공원을 포함해 전국에서 많은 산불이 발생했다. 이에 11월부터 국립공원 내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면 1회 60만원, 2회 100만원, 3회 200만원을 내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덕분에 흡연 단속건수가 2건으로 근 3년 같은 기간 평균 단속건수 43건 대비 급격하게 줄었다.

-국립공원이 자연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나.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탄소 흡수원이자 자연생태계의 보물창고다. 국립공원 산림생태계 탄소저장량을 보면 약 3억4700만톤(t)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돼 있다. 우리나라 산림생태계 탄소저장량의 약 11%를 차지한다. 국립공원 산림이 우리나라 산림의 6%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국립공원 산림이 국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 공단 예산 중 기후대응기금이 49억3000만원으로 14억원 가량 늘었다. 어떻게 쓰이나.

▶올해 예산으로 국립공원 탄소흡수원 구축에 활용되는 자생수종 증식을 위한 기반 시설인 스마트양묘장 조성, 기존 탄소흡수원 복원지 유지 관리를 실시한다. 해양탄소흡수원 구축사업도 신규로 추진할 계획이다. 해양탄소흡수원은 바닷속 식물이 자라 군락을 이루는 해초지와 갯벌에 형성된 식물군락지인 염습지를 말한다. 이 두 곳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한 곳으로 국제적으로 해양생태계 중 해초지, 염습지, 맹그로브가 해양탄소흡수원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해초지와 염습지는 과거 연안개발과 오염 등으로 많이 훼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 한해 국립공원 내 훼손된 해초지와 염습지 23헥타르(㏊)를 적극 복원해 해양탄소원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후대응기금은 어디에 쓰였나.

▶지난해 확보한 예산 35억원은 육상탄소흡수원 117ha를 구축하는데 사용했다. 육상탄소흡수원 구축사업은 국립공원 내 농경지, 나대지 등 훼손지에 탄소흡수율이 높은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을 식재해 자연숲으로 복원하는 사업이다. 탄소흡수원 구축 사업으로 1006톤(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숲을 복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탄소흡수원 확충 뿐 아니라 배출량 감축도 중요한데.

▶먼저 공원시설은 친환경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고,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확대와 노후 건물의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신재생에너지를 약 2배 확대한 1383㎾를 신규 설치했고,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도 7동 받았다. 특히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에너지자립률 100% 이상인 1등급 6동과 80% 이상인 2등급 1동 등 정부의 의무인증 기준인 5등급을 상회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도입 사업예산 20억원을 확보했고, 올해부터 5년간 주요 공원시설 4종에 대한 전면개선 사업예산 2482억원을 신규 확보해 시설개선에 나선다.

-공단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친환경차량 교체사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사용 중인 내연기관 차량 582대인데 2021년 15대, 2022년 31대를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했다. 2030년까지 나머지 536대도 순차적으로 전기·수소차로 바꾼다. 장기적으로는 국립공원 방문차량은 친환경 차량만 운행될 수 있도록 친환경 교통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월악산 등 13개 영지에 ‘탄소중립 야영장’을 시범운영한 바 있다. 확대 적용한 사례가 있나.

▶공단에서 도입한 ‘탄소중립 야영장’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자가발전설비로 생산 또는 충전된 전기를 해당 영지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2021년도 탄소중립 영지 조성 이후 13개 영지에서 약 2개월간 107회의 무료체험을 통해 국민들에게 탄소중립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작년에는 지리산 달궁자동차야영장 등 7개 야영장에 36개의 탄소중립 야영지를 추가 도입해 현재 총 49개 영지를 운영하고 있다. 공단은 2027년까지 국립공원 야영장 영지의 10%인 319개소를 탄소중립 영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민들의 탄소중립 인식 개선과 정부의 탄소배출 저감 정책에 적극 부응해 나가겠다.

-대구 팔공산이 올해 중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 반대 여론도 존재하는데.

▶국립공원이 지정되면 탐방로, 진입도로, 주차장과 같은 기반시설과, 둘레길, 야영장, 생태탐방원 등 고품격 탐방·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등 국립공원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실제 지난 2013년 무등산국립공원이 지정되면서 광주·전남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2754억원 수준이었고, 1687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앞으로 23번째, 24번째 국립공원이 계속해서 탄생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공단은 올해 700억원을 들여 국립공원 내 사유지 17㎢를 매수한다. 달성률은 얼마나 되나.

▶현재 국립공원 내 사유지는 사찰지를 포함해 31%다. 미국 1.7%와 비교하면 현저히 높다. 과거 20억원으로 소액이었던 국립공원 사유지 매수 예산이 2022년 550억원으로 확대됐고, 많은 토지주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매년 상반기에 조기집행(95%) 됐다. 이를 통해 매년 여의도 면적의 4.5배가 넘는 14㎢이상의 사유지를 매수했다. 올해는 특히 전년대비 150억원이 증액된 700억원의 예산이 확보돼 국립공원 내 사유지를 매수할 예정이다. 사유지 매수는 국립공원 보전의 시작이다. 국립공원 내 사유지를 가지고 계신 국민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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