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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도그 개당 750원꼴...MZ세대도 식자재마트로
고물가 시대에 알뜰장보기 명소로
대용량으로 싼값에 구매 인기몰이
불황에 절약형·쟁여두기 소비 확산
연매출 50~100%↑...매장도 늘어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도매 전문 A식자재마트에서 대용량 제품을 둘러보는 고객들(위쪽부터). A식자재마트에 대용량 제품이 진열된 모습. A식자재마트에서 대용량 제품을 구매한 고객. 딱 봐도 10장은 넘어보이는 냉동 돈가스가 눈에 띈다. 이정아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10시께, 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 주택가에 있는 A식자재마트 마포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진열대에 1·3·5·10㎏ 단위별로 대용량 상품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판매 상품은 깐메추리알을 시작으로 두부, 김가루, 탕수육, 닭꼬치, 핫도그, 만두, 떡볶이 소스, 양념치킨 소스, 샐러드 소스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냉장 상품을 보관하는 신선실에는 15㎏ 단위로 망에 담긴 양파가 빼곡했고, 김치는 박스째 놓여 있었다.

A식자재마트는 도매 전문 유통기업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식재료를 대용량으로 싼 가격에 사기 위해 주로 찾는 곳이다. 하지만 유튜브, 블로그 등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최저가’ 쇼핑 방법이 알려지면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도 이곳을 찾는 일반 소비자가 많아졌다. 이곳은 홈플러스 합정점과 불과 600m 거리에 있는 식자재마트였음에도, 특히 20~30대 고객이 유독 많았다.

서울 용산구에 산다는 박채진(33) 씨는 “유명 먹방 유튜버가 영상을 올린 뒤 이곳을 알게 됐다”며 “돈가스, 떡갈비, 꼬마 핫도그 등이 15~20개 대용량 묶음으로 포장된 냉동식품을 저렴하게 사서 소분해 용기에 보관해 먹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월 1회꼴로 도매 식자재마트를 찾는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매장을 나서는 한 고객의 카트에는 쌈무 12개입 박스와 3㎏ 파인애플 통조림이 차 있었다.

이 매장 인근에서 자취를 하는 박모(27) 씨는 “양념 ‘만능 치트키’인 닭꼬치 소스를 3㎏짜리로 구매해 근처에 사는 친구와 반으로 나눠 가질 예정”이라며 “1월에도 10㎏ 용량의 김치를 박스째 구입해 친구들과 넷이서 4분의 1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격도 저렴했다. 수제 등심 돈가스 20개 묶음 상품이 2만원 초반대로, 개당(100g) 1200원꼴이었다. 같은 시간 온라인몰에서 최저가를 검색한 결과, 가장 저렴한 상품이 2만원 중반대였다. 25개 단위로 포장된 냉동 핫도그는 1만8900원으로, 개당 756원 수준이었다. 경기 포천의 도매상에서 떼왔다는 두부(3㎏)는 4990원에 불과했다. 대용량 두부(6㎏)를 카트에 담은 고객은 “두부를 작게 나눠 밀폐용기에 넣고 소금을 살짝 뿌려 놓으면 오랫동안 보관해 먹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약 200m 거리에 있는 B식자재마트도 대형마트 못지않게 품질 좋은 상품을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마트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트인데도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직영 매장이 6곳으로 늘었다. 상품 카테고리도 가공식품, 신선식품, 생활용품 등 상품 가짓수가 일반 대형마트와 견줘 결코 적지 않았다.

지속된 고물가로 필요한 상품을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하는 절약형 소비가 확산되면서, 대량 구성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 같은 도매 전문 식자재마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이들 마트는 대형마트와 달리 의무휴업일 규제도 받지 않는다. 운영시간도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로, 상대적으로 4~5시간 길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경기 불황에도 A식자재마트는 직영 매장을 17곳으로 늘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렴하게 구매 후 두고두고 쓰는 ‘쟁여두기’ 소비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20대의 대용량 상품 구매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에 자유로운 식자재마트가 점차 대형화되면서 매출이 연간 50~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20대의 대용량 제품 거래액은 전년에 비해 21% 증가했다.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큰 폭이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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