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실탄만 1.5조’ 중국 큰손에 인천공항 면세점 넘어가나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에 세계 최대 면세기업인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입찰 참가 신청 마감일인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구역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입찰 전쟁이 막이 오른 가운데 전세계 면세점 1위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도 뛰어들면서 면세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중국 CDFG, 글로벌 매출 1위…팬데믹 중 자국 수요로 몸집 키워

28일 오후 마감된 사업제안서·가격입찰서 제출 결과 CDFG가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 참가 신청 업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낼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팬데믹 기간 중국 내에서 몸집을 불린 만큼 CDFG가 보유한 ‘실탄’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5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CDFG의 현금성 자산은 78억위안(1조4777억원)에 이른다. 3조원에 달하는 인천국제공항 전체 면세점 매출의 무려 절반 수준인 셈이다.

현금 창출 능력과 신규 투자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2022년 추산 17.4%다. CDFG가 ‘실탄이 두둑하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됐다.

CDFG의 2021년 매출은 674억위안(12조7588억원)으로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2위인 롯데면세점(5조6775억원)과 3위 신라면세점(5조5460억원)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다.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 CDFG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면세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보유한 현금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은 533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신라면세점은 85억원, 신세계면세점은 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불과 4년 전까지만해도 CDFG는 면세업계 4위로 롯데·신라면세점과 견줄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이들의 상황은 역전됐다.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국내 면세업계는 발이 묶인 가운데 CDFG는 자국 내 수요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웠다.

국내 업체들, 코로나로 실적 급감…“경쟁 과열, 출혈 불가피했을 것”

업계에서는 입찰전이 결국 머니게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가격을 높이 부를 수록 사업권을 가져갈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이번 면세점 사업권 심사는 인천공항이 사업제안평가점수(60점)와 가격평가점수(40점)를 합산해 고득점 순으로 적격사업자를 복수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최종 면세점 특허심사를 진행하는 관세청은 인천공항의 평가결과를 50% 반영해 각 구역별로 1곳의 낙찰 대상 사업자를 선정한다.

물론 평가 항목에는 사회 환원·상생 협력,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기업 활동이 포함된다. 그러나 인천공항 역시 코로나19 기간 적자가 계속된 만큼 높은 입찰금을 써낸 업체에 더 높은 점수를 주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CDFG의 현금 보유량이 막대해 국내 업체들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CDFG가 아닌) 다른 국내 업체에서 비슷하게 써 냈을 여력이 없을 뿐더러, 입찰 경쟁 과열로 (국내 업체들도) 극심한 출혈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인천공항에 중국 자본이 들어온다고 하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CDFG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격전지는 DF1~2…국내 면세업체들 ‘전략적 베팅’으로 맞서

격전지는 인천공항 면세사업권 1그룹인 DF1~2가 될 전망이다. 일반기업 면세사업권은 DF1~5구역으로 나뉘는데, DF1~2는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판매하는 곳으로 면세점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을 취급한다. 뿐만 아니라 출국 심사 후 바로 마주하는 구역으로, 인천공항 면세점의 간판 격이다. 2그룹에 속하는 DF3~4구역은 패션·액세서리·부티크, 5구역은 부티크로 구성된다. 5개 구역 중복 입찰은 가능하나 같은 그룹 내 중복 낙찰은 불가능하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면세사업권 중 대기업이 참여하는 일반기업 사업권(DF1~5)에 호텔롯데(롯데면세점)·호텔신라·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CDFG, 총 5개 업체가, 중소중견기업 사업권(DF8~9)은 경복궁면세점·시티플러스·디에스솔루션즈, 총 3개 업체가 참여했다.

CDFG는 DF1~4구역에 입찰전에 뛰어들었다. 이 중에서도 CDFG는 DF1~2 사업권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곳에 높은 베팅을 걸었을 것이라 관측이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면세점 역시 DF1~2에 전략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냈을 가능성이 크다.

joo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