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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제거리’ 창신동에 5000가구 대단지 개발 추진
12구역도 신통기획 공모 재도전
“경희궁자이 이상의 입지 기대”
창신동 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내려다본 노후 주택들. 비를 막기 위한 지붕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기왓장을 올려놓은 집 등이 눈에 띈다. 고은결 기자

‘봉제 거리’로 잘 알려진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북측이 5000가구 규모 매머드급 재개발에 시동을 건다.

이 지역은 지난 십여 년간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방향성이 바뀌어 온 곳이다.

창신 9·10구역이 지난해 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신통기획) 대상지에 선정된 가운데, 창신12구역도 신통기획 공모에 재도전하며 ‘강북 랜드마크’로 비상하겠다는 목표다.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차 한 대도 들어가기 힘든 비좁은 길,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 더미 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창신동 재개발추진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주민들로부터 창신 12구역 재개발 신청(사전검토 요청) 동의서를 접수받고 있다. 창신 12구역 추진위는 창신 9·10구역이 먼저 선정되자, 12구역 내 주민들 사이에서도 재개발 의지가 강해져 동의율 요건 30%를 충분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창신동 북측구역은 신통기획이 8만㎡ 이상 면적이 경우 감점이 되는 점을 고려해, 후보지 선정 전략으로 9·10·12구역으로 나눠 신통기획을 접수했다. 이에 9·10·12구역의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통합 개발을 구상하며 한 사무실을 쓰고 있다.

앞서 신통기획 후보지에 선정된 창신 9·10구역은 지난 20일 신탁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신탁 방식 정비사업을 검토 중이다. 12구역은 올해부터 신통기획에 주민이 제안하면 사업속도를 단축할 수 있는 자문 방식이 도입됨에 따라, 주민제안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는 3개 구역의 재개발이 모두 순항하면, 5000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종로구를 넘어 강북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권 창신12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종로구 마지막 퍼즐인 창신동이 재개발되면 경희궁자이를 뛰어넘는 입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봉제공장이 밀집했던 창신동은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정책의 바람을 심하게 탔던 곳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 임기 중이었던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했지만,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2013년 뉴타운에서 지정해제했다. 이듬해 인근의 숭의동과 묶어 도시재생 사업 1호로 지정했다. 이렇게 ‘도시재생 1호’ 지역이 됐지만 2015년부터 약 4년간 1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도 열악한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자,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상황이 이렇자 도시재생사업 이후 창신동 인구는 계속 줄어, 2016년 기준 2만2800여명에서 올해 1월에는 1만8784명(주민등록인구)까지 감소했다. 주민들이 동네를 떠난 빈자리는 중국·베트남·네팔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들이 채워, 골목시장에서 외국어 간판을 단 식당, 마트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9·10구역이 먼저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되고, 12구역도 다시 공모에 도전하며 개발 기대감은 한층 커진 분위기다. 관건은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다. 창신동 봉제 골목에 있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이달 28일을 끝으로 폐관하는 등 시의 ‘도시재생 지우기’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도시재생을 선호하며 여전히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다만 뉴타운 지정 해제 후 사라진 개발의 꿈을 다시 기대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는 게 추진위의 설명이다.

강대선 10구역 재개발추진위원장은 “지금은 골목마다 거미줄, 해충 등이 가득하지만, 창신 북측이 통개발되면 약 5000가구가 새로 들어서 강북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며 “과거 뉴타운을 기대했던 주민들이 이제서야 다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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