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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공비 폭탄에 ‘중산층 임대’ 2만가구 올스톱 위기
공공지원 연계형 정비사업
시공사·조합 비용부담 급증

#. 지난 2016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옛 뉴스테이)’구역으로 선정된 수도권의 A정비사업 연계형 사업장은 착공 전부터 사업을 접을 생각을 하고 있다. 1000여가구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당장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이었는데, 지난 2017년 최초 계약 당시와 비교해 공사비, 기타사업비가 각각 20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근 부동산 시세가 올라 아파트를 사가는 임대사업자의 기대 수익은 커지는 반면 매도자인 시공사와 조합은 비용 부담만 늘어나는, 기이한 구조에서 제도 개선 없이는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많은 조합이 일반 정비사업으로 선회하며 사업이 불발됐는데, 우리도 시간만 날리고 비슷한 전철을 밟을 판”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16면

건설 현장의 공사비 상승 폭탄이 이른바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을 덮치고 있다. 이 사업은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지은 주택을 임대사업자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매수해 신혼부부·무주택자 등에게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통상 중산층 임대주택으로 거론된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사업 시행자의 수입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매매 가격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있어, 공사비와 조합 사업비가 늘어도 보전할 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정비사업은 사업시행계획인가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 및 철거 후 착공까지 5년 넘게 걸리는데 이 기준대로라면 정비사업의 시행자는 주택 물량의 매도 가격을 5년여 전에 예약하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과 공사비가 급등해 조합 측은 임대사업자에게 이 가격으로 주택을 매도할 경우 대대적인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이 같은 상황에 처한 사업지의 규모만 2만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사업시행자 측은 매매계약 체결 시점에 시세를 재조사하고 가격을 재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정부도 결국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정비사업 연계 임대사업자 선정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한 상태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물가 변동으로 공사비가 애초 대비 3% 이상 증액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하면 최초 관리처분계획인가 시점의 인근 공동주택 등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시세조사를 의뢰하게 된다.

이처럼 행정규칙 개정에 나섰지만 조합·시공사 측에서는 이 또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현장의 조합과 시공사는 이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A시공사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폭등한 원자재 가격, 인건비, 금리 등으로 실제 공사비는 건설공사비지수보다 더 많이 올랐는데 개정안은 실질적인 공사비와 전혀 무관한 소비자물가지수를 고수해 실제 공사비와 괴리가 크다”며 “최근의 개선안으로는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실성 있는 제도 개선안이 나오지 않으면 조합이 공공지원 민간임대사업을 포기하게 돼 양질의 민간임대주택 공급도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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