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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물가 비상에 공공요금 인상 늦추고 금융·통신 등 주요산업에 개입[러-우크라 전쟁 1년]
물가잡기 전력 정부, 경기대응 놓고 고심
소모전 지속 시 물가 추가 상승 가능성도
“경제 정책, 중장기 균형 찾는 과정”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오는 24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자금이 풀리면서 지난 3년간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개인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가계 장바구니는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양국 간 전쟁은 국제 에너지가격을 올리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 큰 한국 경제는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정부는 우선 물가 잡기에 총력을 쏟아붓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가 상반기에는 저조하고 하반기에는 고조)’ 전망 속에서 마냥 물가만 잡았다간 상반기 경기 침체의 수령으로 빠질 수 있다. 한국 경제라는 외줄타기에서 정부의 절묘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19일 기획재정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전년동월대비 5.2% 올랐다. 지난해 12월 상승률(5.0%)보다 0.2%포인트 확대됐다.

물가 상승 폭이 전월보다 확대된 것은 지난해 9월 5.6%에서 10월 5.7%로 오른 이후 3개월만이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해졌다.

기재부는 “1월 소비자물가는 연초 계절적 인상요인과 전기요금·상수도료 등 공공요금 인상 등 영향에 따른 것으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전기요금 인상 등 영향으로 오름세가 소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공공요금 인상 등을 고려해 종전 3.2%에서 3.5%로 0.3%포인트 올렸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양국 간 소모전이 지속될 경우 일부 공급차질 지속, 공급망 재배치 비용 등으로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비용 발생하며 평년을 상회하는 고물가 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글로벌 불확실성 지수의 주요 원인이었으나 2022년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출처 : IBK경제연구소]

이에 정부는 물가 상방요인 중심으로 면밀하게 대응하는 등 물가 안정기조의 조속한 안착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에너지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을 올해 상반기 동결하고, 서울시와 인천시 등이 정부의 정책 기조에 호응해 대중교통 요금 등의 인상 결정을 하반기로 미루겠다고 보조를 맞췄다.

윤 대통령은 또 “통신,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 연기와 특정 산업의 기업들이 고통 분담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 것은 체감도 높은 이들 분야에서 민생경제가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면서 현재의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마냥 물가 잡기에만 전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쟁 종식 이후 전후 복구에 세계 국가들이 달려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정부는 해외 분야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경기 진작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KDI는 올해 한국경제가 상반기에 둔화 폭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하향조정했다.

[KDI 자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월례 포럼 초청 행사에서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turn·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 나가되 이제 서서히 경기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점점 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물가에 방점을 찍고 있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를 시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정부의 입장 변화가 가능한 것은 향후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물가 수치는 확연히 지금 걱정하는 것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약간 등락이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인 물가 기조는 하향으로 계속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5%대인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중 4%대로 내리고 후반기에는 3%대로 떨어져 연간으로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추 부총리는 “아직은 물가 안정 기조를 흩트려선 안 된다”며 “거시적으로 보면 여전히 물가 안정에 당분간 중점을 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과점 체제인 통신사 등) 왜곡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도 원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라며 “물가 우선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지, 당장 경기 대응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그럼에도 국내 경제가 상저하고 전망 속에서,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약할 경우 정부가 적극 개입할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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