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3년째 지점장 전결권 ‘제로’…SC제일은행 내부통제 주목 [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SC제일은행의 내부통제가 우리나라 은행과 차이점이 있어서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 있다. 비단 SC제일은행 뿐 아니라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도 필요하다면 참조해 지배구조, 내부통제 개선 방안 등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금융당국이 16일 영국과 싱가포르로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를 살펴보러 출장을 떠난 가운데, SC제일은행의 내부통제 방식에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을 모그룹으로 둔 SC제일은행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뿐 아니라 은행연합회 등 관련 기관까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해 말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한 ‘바람직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에서 SC제일은행의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앞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제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당국이 이달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구태의연한 구조와 방식을 모두 바꾸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SC제일은행의 내부통제가 새 규제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영국법에 따라, 내부통제도 이를 적용해 위험을 관리하고 책임을 지우고 있다.

실제 SC제일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됐던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하지 않았던 이유도 SC그룹의 상품 책임자가 “고객에게 적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 여부 등을 검토한 결과,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에 책임이 따를 수 있어 판매가 적절치 않다”고 밝힌게 배경이 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검토해 금융사들이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기록하는 ‘책임지도’를 만들고, 신설 과정에서 당국과의 협의 및 승인을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영업방식도 국내은행과 다르다. SC제일은행은 23년째 지점장 전결권 제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은행들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지점장이 융통성을 발휘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규모를 정해 전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SC제일은행 영업점 관계자들은 “고객들이 급히 소액이라도 대출을 문의하면 우리는 본사 리스크부서 허락부터 받아야한다고 고객들에게 양해부터 구한다”며 “제도별로 장단이 있지만, 다른 은행에 비해 허들이 높다보니 일부의 경우 대출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이 이처럼 지점장 전결권 등을 없앤건 이해상충 및 여신 취급 관련 사고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횡령 자체를 아예 막을 순 없겠지만, 통상적으로 지점에서 금융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8개 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는 연평균 18.6건인데, SC제일은행의 경우 7건으로 평균치보다 훨씬 낮았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여신 의사 결정을 리스크부서에 집중해 통제하기 때문에 현재 세일즈 관련 인원 중 여신 전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아무도 없다”며 “2000년부터 영업실적과 관련된 부서 또는 개인이 여신 승인을 할 수 없도록 심사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내부통제 강화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현실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는 중이다. 다른 시중 은행 관계자는 “소액개인대출도 영업점장 전결로 승인하면, 빨리 취급할 수 있을텐데 이를 막아버리면 횡령은 덜 나겠지만 고객들에게 빠른 업무처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며 “지배구조든 내부통제든 권한을 주고,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주인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에도 외국계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씨티그룹의 경우에도 CEO승계 프로그램(succession plan)을 운영 중인데, 현재 회장과 커리어가 유사한 복수의 후보자를 풀(pool)에 둬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현재 회장들이 CEO승계 프로그램에 의도적으로 자기에게 해가 될 사람을 제거하고 참호(塹壕)를 구축하는 문제를 없앨 수 있어 이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전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