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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전사의 후예 ’와 경영권 분쟁

‘아 니가 니가 니가 뭔데 도대체 나를 때려 왜 그래 니가 뭔데...그들은 날 짓밟았어 하나 남은 꿈도 빼앗아갔어...너 때문에 내 인생은 구겨져가 너를 두고두고 지켜보려 해 Say ya.’

SM엔터테인먼트는 1996년 1세대 아이돌인 H.O.T를 ‘전사의 후예’라는 곡으로 데뷔시키며 K-팝 시대를 열었고 이를 필두로 신화, S.E.S, 동방신기, 보아, 소녀시대, 엑소 등 내로라하는 스타를 배출했다. 2000년 증시 입성 후에는 20년 동안 ‘한국의 넘버원 엔터테인먼트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SM에 창업자인 이수만은 존재 그 자체였다.

하지만 JYP 등 다른 엔터사의 약진과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하이브의 돌풍으로 2020년 이후 본격적인 위상 변화가 감지됐다. 이러면서 이수 전 총괄 프로듀서 한 명에 집중된 원톱 프로듀싱 체제에 대한 변화 필요성이 SM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소액주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나타난 행동주의펀드가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고, 공방 끝에 이 전 총괄은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후 이달 초 SM은 멀티프로듀싱 시스템 전환을 골자로 하는 ‘SM 3.0’비전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는 듯했다. 하지만 직후 SM이 카카오로부터 투자 유치 소식을 밝히자 이 전 총괄은 가처분 신청을 하며 즉각 법률 대응에 나섰고, 이로써 SM 경영진과 이 전 총괄 사이에 중대한 균열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SM과 카카오는 현재의 사태가 경영권 분쟁으로 비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법원 판단의 유불리 측면에서 그렇다. 카카오는 SM의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되는 신주를 인수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에 대한 상법 규정이 경영권 분쟁 요건에서는 성립되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상법 418조는 신주 발행에 대해 주주 배정 방식을 원칙으로 하는데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주주 외의 자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지분 인수가 경영권 취득 목적으로 판단될 경우 법원이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큰 것이다. 이에 SM은 이번 자금 유치에 대해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며, 어디까지나 SM 3.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전 총괄은 SM 주장대로 기업 성장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주주 배정 방식으로 진행했어야 했고,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보유 현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경영상 시급성도 높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카카오의 지분 매입이 최대주주(이수만)의 지분율도 희석시켜 지배관계에 영향을 주는 만큼 경영권 확보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괄은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는 초강수를 뒀지만 돌연 상승세를 탄 SM 주가가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을 뛰어넘으면서 SM 사태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일각의 예상대로 자금력에서 우위에 있는 카카오가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 경우 판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M을 두고 국내 IT·엔터 공룡 간 혈투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사의 후예’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SM은 새 주인 찾기 과정도 전쟁 수준의 박진감이 느껴진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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