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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희의 현장에서] 은행의 최대 실적이 은행원 공일까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이 유독 거세다. 대통령까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나설 정도다.

실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3년째 1조원이 훌쩍 넘었다. 신입사원까지 명절을 기념해 두둑한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억원대 평균 연봉은 물론 특별퇴직금도 최대 5억~6억원 수준으로 남다르다.

높은 급여의 뒷단에는 은행들의 최대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4대 금융지주(신한·하나·우리·KB)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최초로 15조원을 넘어섰다. 많이 번 만큼 그 초과이익은 가장 먼저 임직원들의 인건비로 이어졌다. 주주를 위한 배당액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금융권의 가파른 실적 성장이 과연 은행원의 공로일지는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의 이자수익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금리’다. 기준금리가 7차례 인상되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예대금리 차도 벌어졌다. 자연스럽게 금융사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2조6000억원 줄었지만 어려웠던 기업의 대출이 104조원 늘었다. 안 그래도 금리가 높은 기업대출을 은행이 더 높은 금리에 더 많이 팔아 이익을 남겼다는 얘기다.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은행의 수익구조도 실적에 큰 몫을 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전체 영업이익 대비 이자이익 비중은 94%에 달한다. 금리가 오를 때 증권 등 자산시장은 위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럼에도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구조 다변화에 집중하겠다는 과거 은행권의 약속이 잘 지켜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플랫폼 확대, 디지털 혁신보다는 사옥 매각 같은 일회성 요인이 비이자이익에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사실 은행의 사상 최대 실적은 놀랍지 않다. 금리가 낮아도, 높아도 은행은 수년째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저금리 속에선 값싼 대출을 많이 파는 ‘박리다매’로, 고금리 기조에선 ‘이자 장사’로 돈을 번다며 비하되기도 한다. 은행원의 성과급이 이번에 유독 비난의 화살을 맞는 건 그만큼 서민과 중소기업이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일 터다.

정부가 은행의 성과급 체계를 손보겠다고 나섰지만 해당 조치가 금융 소비자들의 고통 경감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은행의 이자장사 이면엔 시장에 개입해 금리 왜곡을 부른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위적인 정부의 금리 개입부터 선제적으로 개선돼야 하는 이유다.

“내부에서는 비교적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외부의 시각은 굉장히 다르더라.” 은행 성과급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같이 답했다.

금리가 오른 게 과연 은행원이 ‘열심히 해서’일까. 금리 환경 변화에 따라 나타난 실적인 만큼 금리변동 리스크를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진 않았는지 은행권의 자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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