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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은의 현장에서] 은행 근무시간 유감

실내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서 1시간 단축 운영됐던 은행 영업시간이 1년 반 만에 정상화됐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대부분 편의시설 영업이 돌아온 터라 정부뿐 아니라 금융소비자는 이를 반기고 있다. 단, 은행 노동조합을 제외하고 말이다. 근무시간을 추가로 연장한 것도 아니고 그저 영업시간을 원상복귀했을 뿐인데 이를 두고 은행 노조는 소송전까지 불사하려는 분위기다.

은행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인 결정을 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산별중앙교섭에서 근로시간 유연화, 주 4.5일 근무제 등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키로 했는데 사측이 이를 어기고 영업시간을 되돌렸다는 얘기다. 금융노조는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며 현재 관련 자료를 취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간 이어진 은행 영업점 축소, 이에 따른 인력 감소가 수반됐던 만큼 노조 측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이를 금융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해해줘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최근 노조의 행보를 두고 당국이나 금융소비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은행업은 정부로부터 라이센스를 받는 공공재적 성격을 띤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두고 ‘국방보다 중요하고, 국가재정 시스템의 기초’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 은행들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십조원의 막대한 세금을 투입했다. 사기업의 성격만 있었다면 라이센스를 통해 다른 산업의 은행업 진출에 진입장벽을 둘 필요도, 어려울 때 막대한 혈세를 투입할 이유도 없었다. 소비자 불편이 노사 간 협상의 볼모로 쓰이는 게 유쾌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노동권, 근무시간을 칼같이 지킨다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영업시간을 오후 늦게까지 하거나 토요일에 문을 열었다.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싶은 건 노동자의 권리지만 과연 이들이 그만큼 보상을 못받았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스치다 본 것이지만 어떤 은행 직원이 “아무리 욕해봤자 돈이 필요해서 대출받을 땐 (우리 앞에서) 빌빌 기면서”라며 쓴 글이 잊히지 않는다. 다른 영업직과 달리 그가 대출영업에서 꼿꼿할 수 있던 이유도 공적 성격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간 은행이 최대 실적을 내고, 복합 위기 상황에서도 300~400%가 넘는 성과급을 챙길 수 있던 건 정부로부터 부여받은 행정력, 일반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게 크다.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시키는 돈벌이 수단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공공성을 띤 은행일수록 소명의식을 요구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노사 간 갈등 자체를 원천 차단할 순 없겠지만 금융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어떤 소명의식이 있는지 되짚어볼 때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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